예상대로 대선 이튿날부터 18대 총선을 향한 혈전이 시작됐다.
범여권은 사태를 추스리려고 안간힘을 쓰는 가운데 총선에 대비한 이합집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독자 창당 등으로 보수 세력의 재편도 급속히 진행될 전망이다. 바야흐로 정치판이 꿈틀거리고 있는 것이다.
범여권은 일단 충격파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의 경우 친노(親盧) 진영, 재야파, 시민사회진영 등 어느 정파도 정동영계를 향해 공개적으로 책임론을 제기하지 않고 있다. 창조한국당 민주노동당 민주당 등 군소정당들도 당장은 내부를 다독이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범여권 정치지형이 총선 때까지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특히 신당의 경우 내년 1월 말 전당대회에서 어렵사리 새 지도부를 선출하더라도 ‘이명박 특검’ 수사가 기대치에 미달할 경우 단일대오로 총선을 치르기는 어려울 것이란 게 중론이다. 당내에서도 호남권 외에는 전멸할 것이란 우려가 상당하다.
집단탈당 또는 창당 움직임이 가시권에 들어 올 개연성도 있다. 끝내 대선후보 단일화를 거부한 창조한국당도 이를 염두에 두고 있다. 반면 신당이 빠른 속도로 현재의 위기를 수습하면서 자체 동력이 상당 부분 소진된 창조한국당과 민주당을 흡수해 명실상부한 야당의 본류로 자리잡을 수도 있다.
정권 탈환에 성공한 한나라당은 “총선에서 과반의석을 얻어 이명박 정권을 튼튼히 뒷받침하자”(강재섭 대표)는 목표를 세웠다. 일부 시ㆍ도당은 이날 당원자격심사위원회를 개최하는 등 외연 확대에 나섰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치열한 공천 전쟁이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명박 당선자 측이 당 개혁을 내세우며 대대적 물갈이를 시도할 경우 박근혜 전 대표 측과의 일전이 불가피하다.
이는 대선 직전 합류한 정몽준 의원의 당내 역할과도 관련돼 있다. 박 전 대표와 정 의원 사이에 차기 경쟁구도가 일찍부터 형성되면 공천권 갈등은 훨씬 심각해질 수 있다. 또 특검 수사결과가 이명박 당선자에 대한 기소로까지 이어진다면 그 충격파는 상상을 초월할 수밖에 없다.
두 경우 모두 이회창 전 총재의 보수신당 창당 움직임과 이후 행보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 모두 다극 체제로 총선을 치르면서 무한경쟁이 펼쳐질 수 있다는 얘기다.
지금으로서 가장 파괴력 있는 총선 승리 요인은 특검법이다. 대선에서 참패한 범여권은 특검 수사를 고리로 활로를 모색할 태세다. 수사결과에 따라 한나라당 이명박 당선자의 거취가 영향을 받거나 유권자들의 견제심리가 확산될 것이란 기대가 깔려 있다.
한나라당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요구한 것도, 신당이 이에 대해 발끈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결론이 불리하게 나오는 쪽은 대대적인 지각 변동이 불가피하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