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패배로 정치인생의 최대의 위기를 맞은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의 거취가 관심을 모은다. 정 후보는 20일 선대위 해단식에 참석했고, 21일에는 부인 민혜경씨와 함께 광주로 내려가 가톨릭단체가 운영하는 정신지체장애인시설인 ‘사랑의 집’에서 3,4일 머물며 정국구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캠프측은 정 후보의 향후 행보가 일체 정해진 게 없고, 다만 정국구상을 위한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입장만 밝히고 있다. 그의 거취는 당장은 모든 것을 잊고 외유에 나서거나, 전면에 나서서 총선 정국을 이끄느냐 둘 중의 하나다.
정가에선 대선완패의 책임을 지고 당분간 2선으로 물러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멀게는 2010년 지방선거까지는 정치권과 거리를 둔 채 돌아올 시점을 관망할 수도 있다.
특히 범여권의 총선 전망이 밝지않은 상황에서 직접 선거를 주도해 참패할 경우 그의 정치생명 조차 위태로워 질 수 있다는 점에서 타 계파 주도로 총선을 치르도록 관망할 가능성도 있다. 당내 분위기도 내주부터는 ‘책임론’에 대한 내부 공세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로선 정 후보의 ‘의욕’이 강해 보인다. 본인이나 주변 인사들은 ‘2선 후퇴’나 ‘백의종군’ 등의 표현을 전혀 입밖에 내지 않고 있다. 대선 참패의 근본 원인이 정 후보 개인의 문제라기 보다 노무현 정권에 대한 민심이반에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은데다, 어쨌든 대선을 통해 범여권의 중심축으로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도 있기 때문이다.
정 후보는 이날 해단식에서 “이제 우리가 할 일은 국민을 위해 또 봉사하는 일로, 항상 옳은 길을 갈 것을 국민 앞에 다짐한다”고 결의하는 등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는 인상을 남겼다.
때문에 정 후보는 내년 1월 신당 전당대회에서 정동영계 자체 인물 또는 외부인사를 내세우거나 다른 계파와 연대를 통해 당권장악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여권 인사는 “과거 97년 대선패배 후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총재가 8개월만에 복귀, 대여투쟁에 주력했다”며 “정 후보가 ‘이명박 특검’국면에서 막후 구심점으로 등장, 차기를 위한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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