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20일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진보와 보수를 뛰어넘는 실용주의적 외교”를 표방했다. 실용주의 외교는 이 당선자가 최고경영자(CEO) 경험을 통해 터득한 가치관으로 참여정부 5년 간의 외교가 ‘이념의 과잉’ 속에 제대로 실익을 챙기지 못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로 참여정부는 집권 초기 ‘동북아 균형자론’을 제시하는 등 동맹국 미국과 불편한 관계를 초래, 국내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이라크 파병 등 동맹국의 이익에 기여했음에도 미측으로부터 적절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미국 이외의 다른 주변국과도 불필요한 대립으로 합당한 실리를 얻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이 당선자가 “다원적 국제관계 속에서 활발하고 지혜로운 외교를 하겠다”고 특별히 강조한 것은 이런 배경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이 당선자는 우리 외교의 중심인 주변 4강 외교에서 마찰을 최소화하면서 실리를 구하는 합리적 외교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한미동맹도 신뢰를 바탕으로 공동의 가치와 평화를 새롭게 다지겠다”고 말했다.
이는 우선 동맹국인 미국과의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 한편, 동맹의 가치를 한 차원 높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내 보인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대중국 외교는 물론, 역사교과서 왜곡과 독도 문제 등으로 소원해진 한일 관계를 복원하는 등 대아시아 외교를 강화하는 외교전략이 수립될 것으로 점쳐진다.
그러나 국가 간의 힘과 국내 정치적 측면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국제외교 무대에서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실용주의 노선을 추구하기가 쉽지 않은 일이어서 이 당선자의 해법이 주목된다.
당장 시민단체들이 극구 반대하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나 방위비 분담금 및 주한 미군기지반환 협상 등 동맹 관계와 국내적 이해가 상충하고 있는 한미 현안이 적지 않다.
또 이 당선자는 “국익과 인류보편의 이익을 일치시켜 나가겠다”고 밝혔지만 원칙과 실용 사이의 간격은 의외로 깊다. 인권대통령이라는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도 중국의 벽에 막혀 티벳의 정신적 지주인 달라이 라마의 방한을 허락하지 않았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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