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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 이명박 당선자의 '낮은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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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 이명박 당선자의 '낮은 출발'

입력
2007.12.20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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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대통령 선거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압승으로 끝났다. 그는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를 대선 사상 가장 큰 520만 표 차로 눌렀다. 그의 당선은 예상됐던 것이지만, BBK 동영상으로 요동치던 마지막 이틀을 생각하면 "무슨 일이 있어도 정권을 바꾸겠다"는 민심이 얼마나 단단했는지 재확인하게 된다.

당선이 확정된 19일 밤에서 20일에 이르는 승리의 시간에 보여 준 이명박 당선자의 말과 행동은 좋은 점수를 받았다. 그는 달변도 눌변도 아닌 보통의 말솜씨로 "분열된 우리 사회의 화합을 이루고, 위기에 빠진 경제를 반드시 살리겠다. 앞으로 5년 동안 매우 겸손한 자세로, 매우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겠다"고 말했다.

■ 국민 안심케 한 '보통 말솜씨'

그는 성장의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는 신발전체제와 선진화를 강조하고, '증오의 정치'가 아닌 '창조와 실용과 품격의 정치'를 약속했다. "이번 선거를 통해 국민의 위대함과 관대함을 보았다. 국민은 이미 미래로 가 있는데 정치권은 과거에 머물러 있었다"는 말도 했다.

새롭지도 놀랍지도 않고, 감동적이거나 멋진 말도 아니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말을 함으로써 그는 대다수 국민을 안심시켰다. 그는 말하는 스타일과 언어의 선택에서 이미 실용주의자의 면모를 보였다.

정부수립 이후 50년간 계속된 보수정권과 지난 10년의 진보정권을 경험하면서 국민은 직업정치인들의 행태에 진저리를 치게 되었다.

이미 10년 전 정치신인 이회창씨가 '대쪽 이미지' 하나로 여당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있었던 배경에도 정치꾼들에 대한 혐오감이 깔려있었다. 이번에 건설회사 CEO 출신인 이명박씨가 도덕성 시비를 뚫고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직업정치인들보다 일을 잘 할 것이라는 기대 덕분이었다.

그러나 선거과정에서 드러난 그의 약점들이 압도적인 득표로 모두 사면된 것은 아니다. 재산형성 과정에 대한 논란, 자녀들의 위장취업과 탈세, BBK 의혹 등은 국민에게 크고 작은 실망을 안겨주었다.

특히 김경준 일가를 보면서 동업자를 선택한 이명박 씨의 안목과 판단력에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많았고, 막바지에 터진 동영상은 그의 지지자들에게도 큰 충격을 주었다.

'샐러리맨들의 영웅'으로 크게 성공했던 한 인간의 삶이 적나라하게 드러남으로써 지금까지 장점만 강조돼 온 CEO 출신의 한계와 약점이 두드러졌다.

이번 선거의 투표율이 대선 사상 가장 낮았던 것은 막바지의 정치공방에 등돌린 유권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동영상이 나돌고 투표 이틀 전에 국회에서 '이명박 특검법안'이 통과되자 "나라의 격이 흔들리고 있다"고 한탄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사활을 걸고 난타전을 벌인 여권 뿐 아니라 원인을 제공한 이명박 씨의 책임도 컸다. 그러므로 이명박 씨가 당선 첫 인사로 국민의 관대함에 감사하고, 겸손한 자세로 국민을 섬기겠다고 다짐한 것은 적절했다.

이명박 당선자는 이제 특검에 대비해야 하고, 총선을 노린 정치공세를 감당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도 상대를 탓하기 전에 "내 탓이오"라는 겸손을 잃지 말아야 한다. 자신이 부덕해서 이런 일을 겪고 있다는 죄송한 마음 없이는 국민의 협조를 얻기 어렵다. 대통령이 '여의도 식 정치'를 이기려면 국민의 마음을 먼저 얻어야 한다.

■ 겸손이 5년 내내 미덕 되기를

품격은 인간의 됨됨이에서 나온다. 시장에서 콩나물을 파는 할머니 중에도 품격이 느껴지는 사람이 있고, 국가의 녹을 먹는 고위공직자 중에도 격이 없는 사람들이 허다하다.

공직자들이 격이 없으면 나라의 격이 흔들린다. 어떤 이념도 인간사회의 품격을 파괴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이명박 당선자가 실용과 함께 품격을 강조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이명박 당선자는 '낮은 자세'로 좋은 출발을 했다. 당선 첫 인사로 강조한 겸손함이 5년 내내 그의 미덕이 되기 바란다.

장명수 본사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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