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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시대/ 전문가 대담 <上> 이명박 당선의 의미와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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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시대/ 전문가 대담 <上> 이명박 당선의 의미와 전망

입력
2007.12.20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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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선을 역사적 관점에서 평가한다면.

이내영 교수= 국민들이 생각하는 주요가치, 시대정신이 변화했다. 지난 대선에서는 민주화가 여전히 유효한 상황에서 변화와 개혁이 화두였다. 그러나 이번 대선은 경제와 안정, 즉 먹고 사는 문제가 화두였다. 민주화를 넘어서 선진화라는 새로운 가치가 등장한 것이다. 또 지역주의가 상대적으로 덜 작동했다. 선거과정을 보면 정책과 비전경쟁이 없었고 국민들은 차악을 선택하는 선거를 해야 했다. 도덕적 흠결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당선자를 선택한 국민들의 마음은 그리 흔쾌하지 않았을 것이다.

김호기 교수= 짧게는 노무현 정부, 길게는 이른바 진보개혁 정부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었던 것 같다. 보수에서 말하는 ' 10년'. 특히 건국, 산업화에 이은 민주화 시대가 끝났다는 것을 알리는 선거였다. 두 번의 수평적 정권교체가 이뤄지면 그 사회에 민주주의가 공고하게 자리잡았다는 근거가 된다고 한다. 97년 수평적 정권교체에 이어 두 번째 정권교체가 이루어졌는데, 이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이 당선자가 자녀 위장취업, 선거법 위반, BBK 논란 등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대 표차로 이겼다. 무엇을 의미한다고 보는가.

이 교수= 현 정부와 여당에 대한 실망과 심판 의지가 워낙 강했다. 이것이 구조적 상수였고 도덕성, 정책 캠페인은 변수에 그쳤다. 그 동안 국민들은 대선에서 주로 전망적 투표를 해왔다. 그런데 이번은 철저하게 회고적 투표였다. 어떤 측면에서는 선진국형 투표로 간다고도 볼 수 있다. 지역주의나 정치적 이합집산 등이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국정운영을 잘 해야 선거에서 이긴다는 민주적 책임의식이 생길 것이다. 참여정부에 대한 실망, 새로운 시대정신 욕구 속에서 이 당선자는 그에 걸맞은 정치적 자산을 가지고 있었다. CEO 출신으로 검증된 능력, 이미지를 잘 살렸다고 본다.

김 교수= 대선정국에서 국민들에게 가장 호소력 있었던 건 정권교체와 경제살리기 두 가지였다. 정권교체가 호소력 있었던 것은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불만이 구조화됐기 때문이다. 10월 한국일보 조사결과 국민 54% 정도가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경제성장을 꼽았고 11월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의 중산층 국민의식조사에서 국민 48%가 지난 10년간 자신의 소득이 감소했다고 느낀다고 답변했다. 이번 대선에서는 국민들이 도덕성보다는 정책역량을 많이 본 것 같다.

-정동영 후보 패배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이 교수= 국민들의 실망이 깊은데도 신당과 개혁세력은 이를 부정하거나 국민들이 오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무엇을 잘못했고 어떤 노선으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토론과 반성이 없었다. 정치공학적 접근으로만 문제를 풀려고 했다.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나라가 망할 것처럼 얘기한 것도 바람직하지 않았다. 균형을 위해서는 앞으로 신당이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하지만 신당이 근본적 성찰을 하지 않는다면 4월 총선도 쉽지 않을 것이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

'잃어버린 10년' 설득력… 국민 냉엄한 심판

신당 이대로라면 총선서 '호남 자민련' 위기

대운하 공약은 원점에서 차분하게 검토해야

김 교수= 신당이 지난 1년간 보인 모습은 당을 깨고 다시 만들고 하는 정치공학적 과정이었다. 국민들이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압승할 때 심각한 경고음이 켜졌지만 신당은 국민의 기억에 남는 일을 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 후보의 득표율을 보면 나름대로 선전했다는 생각도 든다.

-지지가 크면 그만큼 압박도 크기 마련인데 이 당선자의 우선적 과제는 무엇이라 보는가.

김 교수= 경제살리기다. 민생을 포함한 경제살리기에 주력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성장동력 확충이 필요하다. 또 일자리를 많이 창출해야 한다. 비정규직을 포함한 양극화 해소도 중요한 과제다. 사회 통합을 이뤄내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 사회에는 '' 구조가 유독 강해 사회통합을 약화시키고 있다. 정치적, 문화적, 의식적 부분에서 지금 우리는 두개의 대한민국으로 갈라져 있는데 이를 하나로 통합해나가야 한다.

이 교수= 경제살리기가 이 당선자의 최대 강점이었는데 실상은 쉽지 않다. 성장잠재력 확충,`일자리 창출, 양극화 해결을 같이 한다는 것은 상당히 모순될 수 있다. 특히 국민들의 기대수준이 높은데 과연 새 정부가 모두 총족 시킬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정부가 처한 딜레마를 국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기대수준을 좀 낮추고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세우는 것이 좋다. 사회통합을 위해서는 우선 인사가 관건이다. 자신의 코드가 아니라 국민의 코드에 맞추는 인사가 필요하다.

-대표적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는 어떻?해야 한다고 보는가.

이 교수= 워낙 논란이 많은 사안이다. 정말 해야 한다면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밀어붙인다고 되는 게 아니라 국민적 합의를 만들어야 한다. 공약이었기 때문에 무조건 밀어붙이는 것은 안 된다. 대운하 공약을 지키려다 훨씬 중요한 것을 잃을 수 있다. 충분히 연구하고 국민을 설득해야 하지만, 그래도 설득이 안 된다면 철회하는 게 바람직하다.

김 교수= 공청회 토론회 등을 통한 국민적 의견수렴과정이 있어야 한다. 대운하는 원점에서 차분하게 검토해야 한다. 참여정부의 대표 공약이었던 행복도시는 아직까지도 논란이 있지 않은가. 이런 비용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여러 가지를 감안할 때 대운하보다는 정동영 후보의 대륙철도가 더 실효성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경쟁후보의 공약이지만 좋으면 과감히 받아들이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2월 임시국회에서 총리, 장관의 인사청문회가 열릴 것이다. 어떤 라인업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이 교수= 이 당선자의 가장 큰 장점이 실용주의적 사고다. 인사문제에서도 노무현 정부와 차별화가 가능하다. 노선이나 이념으로 재단하지 말고 정치적 입장과 관계없이 전문가들을 대거 발탁할 수 있다. 실용주의적 인사라는 원칙 아래 관료, 정치인, 정치권 밖의 참신한 인사의 균형이 이루어진 인사가 됐으면 좋겠다.

김 교수= 코드인사도 정책의 추진성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코드인사만 하기에는 인재 풀이 협소하다. 참여정부가 코드인사만 고집하다가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을 발탁, 보은인사로 평가절하된 게 아닌가 싶다. 현실과 이상을 고려, 코드인사와 탕평인사를 결합해야 한다고 본다.

-새 정부 초반이 BBK특검과 삼성특검 등으로 순탄치 않을 것 같았다. 그런데 이 당선자가 압승하면서 긴장국면이 다소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교수= 범여권은 4월 총선 때문에 특검을 통해 공세적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대선의 압도적 지지를 보면 특검을 통해 공세가 과연 범여권에 유리할지 의문이다. 특히 특검 수사결과가 검찰 결론과 같이 나오면, 범여권에는 치명적이다. 이 당선자의 도덕성 시비가 계속되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여야의 정치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정치공세를 자제하고 특검에 수사를 맡기고 그 결과를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내영 고려대 교수

이번 대선은 철저히 현정부에 대한 '회고적 투표'

성장동력·일자리 확충만큼 사회통합도 중요

국민과 코드 맞추는 실용주의 人事 원칙 필요

김 교수= 삼성특검과 BBK특검은 성격이 다르다. 삼성특검을 통해 정경유착 문제는 밝혀야 한다. BBK특검은 이보다 훨씬 더 정치적이다. 정치를 움직이는 것이 국민정서인데, 대선 결과를 보면 한나라당은 국민들이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주장할 것 같다. 반면 신당 측은 법과 정치는 다르다고 할 것이다. 내주 국무회의에서 BBK특검법이 의결될지, 아닐지가 첫번째 분수령이 될 것 같다.

-4월 총선은 어떻게 예측하나.

이 교수= 여론조사 결과, 총선 때 자신이 찍은 후보와 같은 당을 찍겠다는 사람이 50%를 넘는다. 이는 총선 결과가 대선결과와 크게 다른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대선 분위기가 계속된다면 한나라당이 총선에서 유리할 것이다. 물론 변수도 있다. 한나라당의 독주에 대한 견제심리가 작동할 수 있다. 문제는 그러기에는 남은 시간이 너무 짧다는 것이다. 신당에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선 결과를 보면 호남이 정 후보 지지로 많이 돌아왔고, 젊은층도 돌아올 가능성이 있는 것 같다. 문제는 참신한 리더십이 없다는 것이다.

김 교수= 대선은 인물이 중요하지만 총선에서는 정당이 중요하다. 한나라당은 45% 내외의 지지를 얻고 있고 신당은 15%에 그친다. 이 격차가 줄지 않으면 총선에서 신당은 ''. 이 경우 중앙정부, 지방정부, 의회를 한나라당이 모두 독식, 견제와 균형의 구도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 이회창 후보, 문국현 후보라 세력화해 본격적인 다당제로 갈 것이라는 전망도 있으나 대선 결과를 보면 쉽지는 않을 것 같다. 또한 이번 대선이 정말 노무현 정부에 대한 국민의 마지막 심판인지도 불분명하다. 총선에서 다시 한번 심판을 할 수도 있다

사회=이영성 부국장 정리=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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