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 덕에 수십억 원을 아꼈습니다.”
무소속 이회창 후보 캠프 실무자들은 20일 새벽까지 개표 방송 중인 TV 앞을 떠나지 못했다. 이미 이 후보의 낙선은 확정됐지만 이 후보 득표율이 15%를 넘느냐, 마느냐가 또 다른 관심사였기 때문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후보자 득표율이 유효득표 총수의 15%를 넘어야만 기탁금 5억원과 선거비용을 전액 보전해 주고 10% 이상 15% 미만일 경우 절반만 국가가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후보 측이 선거를 치르면서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돈은 약 150억원으로 득표율이 15%를 밑돌 경우 최대 75억원이 허공으로 날아가는 셈이다.
이 탓에 이 후보 측은 모든 방송사 출구조사 득표율이 15%에 못 미치자 충격에 휩싸였다. 이 후보가 갑작스레 출마하는 바람에 선거자금을 사실상 전액 외상으로 끌어들였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예정된 신당 창당 비용까지 고려해야 하는 처지였다.
캠프 실무자들은 개표 시작 후 출구조사 결과와 달리 한때 이 후보 득표율이 15.6%까지 오르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득표율이 점점 떨어졌고 특히 이 후보가 열세인 서울 지역 개표가 늦어지자 다시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종 개표 결과, 이 후보가 얻은 표는 355만9,963표로 전체 유효표의 15.07%였다. 15%인 354만1,932표보다 고작 1만8,000여표 많은 수치다. 만일 11만여표에 달하는 무효표가 없었다면 15%인 355만9,928표보다 단 35표 많은 ‘아찔한’ 득표수다. 캠프 관계자는 “15%는 당연히 넘길 줄 알았지만 예상 외로 낮은 득표수 때문에 가슴이 철렁했다. 불행 중 다행이다”고 말했다.
최영윤 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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