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감사드립니다."
이명박 당선자는 감사의 말로 20일 당선 후 첫 공식일정을 시작했다. 이 당선자는 이날 오전 7시48분께 가회동 자택을 나섰다. 주민 지지자 100여명이 집 앞에 모여들었고 몇몇은 승리를 축하하는 사물놀이판을 벌였다. 이 당선자는 손을 흔들며 "좋은 아침이에요"라고 화답했다. 19일 밤 늦게까지 당선 축하행사에 참석하면서 피곤할 만도 하지만 이 당선자의 표정에는 평소와 다름없이 생기가 넘쳤다.
이 당선자는 먼저 국립현충원으로 향했다. 신분이 후보에서 당선자로 바뀌면서 경찰은 이 당선자가 이동하는 도로의 신호를 통제했고, 이날 청와대 경호팀이 투입돼 근접 경호를 펼쳤다. 그러나 차량은 청와대 방탄차가 아닌 기존의 리무진을 이용했다.
이 당선자는 강재섭 대표, 이방호 사무총장, 정몽준 상임고문 등 당 지도부 및 당직자 200여명과 함께 무명용사탑에 헌화하고 묵념을 올린 뒤 방명록에 '국민을 잘 섬기겠습니다. 국민에게 희망을 드리겠습니다'라고 적었다. 박근혜 전 대표와 최측근 이재오 의원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 당선자는 프레스센터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을 가진 뒤 염창동 당사로 이동, 중앙선대위 해단식에 참석했다. '이명박' '대통령'을 연호하는 500여명의 당직자들 앞에 두 손을 치켜들고 등장한 이 당선자는 "돈도 없이 선거운동 하느라 고생 많았다"며 "우리가 선거혁명을 이뤄 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우리는 차떼기 당 이미지를 떨쳐냈고, 네거티브를 하지 않았으며, 그 와중에서 끈질기게 정책을 내놓는 세 가지를 잘했다"고 분위기를 띄웠다. 그는 이어 "역사에 없는 큰 표 차이로 이긴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기 전에 두려움 마음이 생긴다"며 "국민이 그렇게 전폭적 지지하고 기대했기에 우리는 정말 뼈를 깎는 노력을 하고 성과를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당선자는 이명박 특검에 대해 "특검 받아서 무혐의로 다시 한번 나타나면 문제를 삼았던 사람들이 책임져야 한다"며"저는 틀림없이 공정하고 법이 제대로 집행되면 똑같은 결과가 나온다고, 또 그렇게 나올 수밖에 없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 당선자는 이어 여의도 당사에서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 시게이에 도시노리(重家俊範) 주한 일본대사의 예방을 받았다.
이 당선자는 버시바우 대사에게 "새로운 정권이 내년 2월에 시작되기 때문에 새로운 한미 관계가 형성되지 않겠느냐"면서 "한미 관계가 지난 5년 간 아주 잘못됐다는 뜻은 아니지만 신뢰가 좀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당선자는 "이번 한국 선거를 보면서 보시기에는 재미 있었을 것이다. (저는) 아주 고통스러웠지만…"이라며 "선거문화 또는 민주주의가 크게 발전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다음 선거 때는 아주 정말 새로운 선거문화를 갖고 정책으로 대결하는 모습일 것이라는 확신을 갖는다"고 강조했다.
이 당선자는 이어 시게이에 대사에게 "북한 문제도 서로 잘 협력하고 6자회담도 성공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이어 "한국 경제가 조금 어렵다. 한국 정부가 정권이 바뀌었고 일본도 총리가 들어왔으니까 적극성을 띠어 (협력해야 한다)"며 "한국은 일본에 있어서 기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다. 양국의 우호협력 관계를 한층 강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당선자는 이날 부인 김윤옥 여사, 큰 형 이상은씨, 둘째 형 이상득 국회 부의장 내외와 경기 이천에 있는 양친 묘역을 찾아 참배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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