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회사 최고경영자(CEO) 출신 대통령의 선출로 재계 기상도가 급격히 바뀌고 있다. 기업들은 그 동안 설비투자를 옥죄었던 각종 규제와 반기업 정서, 불확실성이 걷히고 친기업적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 적극적인 투자 확대로 새 정부 등장에 화답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내년도 투자계획을 마무리하느라 분주한 각 기업들은 신규 투자를 새롭게 구상하거나, 당초 계획보다 최고 두 자릿수 이상으로 투자 규모를 확대하는 등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ㆍ기아차 그룹은 내년 초 발표할 '2008년 경영계획'에서 그룹 전체 매출이 사상 처음 1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연구ㆍ개발(R&D)을 비롯한 투자비를 대거 증액할 방침이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경우 기존 매출액 대비 5% 투자방침을 유지하되, 가이드 라인을 꽉 채워 금액을 전년보다 1조원 가량 증액할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글로벌 마케팅 역량 강화를 통한 브랜드 이미지혁신 등에도 투자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LG그룹은 아직 내년도 투자계획을 확정하진 않았으나, LG필립스LCD LG화학 등 일부 계열사를 중심으로 투자 규모를 올해보다 최고 두 자릿수 이상 늘릴 것으로 보인다.
LG필립스LCD의 경우 8세대 시설투자에 2조5,000억원을 순차 투입할 계획이어서 올해 투자액(1조1,000억원)보다 크게 늘어날 게 확실하다. LG화학은 정보전자소재 분야를 중심으로 올해보다 10% 가량 투자 규모를 증대할 예정이다.
SK그룹은 내년 투자 규모를 올해보다 10% 정도 증가한 7조7,000억원 대로 늘릴 계획이다. 정보통신 부문의 3세대 휴대폰 서비스를 위한 시설투자와 SK에너지의 고도화 시설투자에 중점을 두는 한편, 계열사별로 신규사업 개발을 위한 투자가 진행될 예정이다. SK 관계자는 "불확실한 경영환경이 많이 해소될 것으로 판단돼 적극적으로 투자를 늘리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한화그룹도 내년에 3,000억원 가량 투자를 확대할 예정이다. 한화는 "올해의 경우 당초 계획(1조2,800억원)보다 2,600억원 많은 1조5,400억원을 투자했으나, 내년에는 1조8,000억원 가량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롯데그룹은 유통 부문, 중화학ㆍ건설 부문, 식품ㆍ관광ㆍ서비스 부문에 총 4조원 가량을 투자할 계획이다. 올해 그룹 전체 투자액인 3조5,000억원보다 14% 가량 증가한 규모다.
롯데는 이를 통해 중국과 베트남, 인도, 러시아 등 해외사업 비중을 대폭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두산그룹도 "내년 투자계획을 최종 확정하진 않았지만, 다른 기업들처럼 자연스럽게 투자 규모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올해 국내 600대 기업 투자총액(80조원)의 약 4분의 1을 점하는 삼성그룹은 특검 수사를 앞두고 있어 내년도 사업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삼성은 올해 22조6,000억원을 투자했다.
그룹 관계자는 "분기별 투자 규모가 5조원을 넘었는데, 아직 투자계획을 마련하지 못해 내년 1분기 투자는 현실적으로 힘들어진 상태"라며 "내년 전체 투자규모도 올해 수준을 넘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성장을 우선시하는 새 정부가 규제 개혁과 투자 촉진에 적극 나설 경우 기업환경의 불확실성이 제거되면서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전례 없이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이태규기자 tglee@hk.co.kr유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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