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여수세계박람회 유치 성공까지의 과정을 만찬에 비유해보자. 메인 요리는 지난달 27일 파리에서 열린 세계박람회기구(BIE) 총회이다.
이 메인 요리에 앞서 애피타이저로 만찬의 분위기를 돋군 숨은 공신이 있다. 지난달 6~16일 파리에서 열린 '한국음식축제'에서 우리 궁중음식으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그랜드인터콘티넨탈호텔 '그랜드키친'의 주방장 이재옥(51)씨가 그 주인공이다.
한국음식축제는 여수세계박람회 유치 길 닦기를 위해 전략적으로 BIE총회 직전에 진행한 특별 이벤트였다. 파리 현지에서 BIE 회원국 주요 인사들이 우리 문화를 좀 더 이해하는 계기를 만들기 위한 자리였다.
이 씨를 팀장으로 전국에서 선발된 한식조리사 9명으로 이뤄진 '요리 드림팀'이 파리로 날아가 유네스코본부에 주방을 차렸다. '요리는 예술'이라고 여기는 프랑스에서 열린 음식 축제는 성공이었다. 열흘간 2,000명의 외국인이 우리 음식의 정수를 맛봤다.
이 씨는 "당초 50인분의 식기세트만 준비해 갔는데 첫날부터 예상보다 2배 넘게 손님을 맞았고 매일 정원 초과일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며 "라디오 생방송에도 출연해 우리 전통음식을 소개하는 등 프랑스 현지의 관심이 높았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현지인들의 극찬도 이어졌다.
미식가로 알려진 자크 랑 전(前) 프랑스 문화부 장관도 "한국의 궁중요리는 예술적이고 환상적이다"며 "음식을 먹으니 한국에 꼭 한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평가했다.
이 씨가 가장 고심한 부분은 '우리 궁중요리를 어떻게 외국인의 입맛과 문화에 맞추느냐'였다. 이 씨는 "재료와 맛은 우리 전통식으로, 장식은 서양식으로 했다"고 말했다. 양식 주방장의 조언을 구해 외국인이 선호하는 메뉴를 분석하고 프랑스의 음식문화를 공부한 뒤 얻은 결론이다.
궁중요리 코스는 잣죽 타락죽 등의 죽류와 구절판 삼색전 삼합장과 등의 전식류, 그리고 연어구니 너비아니 갈비구이 신선로 등으로 메뉴를 짰고, 간편한 식사를 할 수 있는 카페테리아에는 비빔밥 갈비찜 등을 선보였다.
한식 조리 경력만 31년째인 이 씨의 꿈은 '요리 드림팀'을 만들어 한국의 먹거리 문화를 전세계에 널리 알리는 것이다. 이 씨는 "궁중요리는 야채 생선을 많이 써 건강식으로 좋고 맛도 부드럽고 담백해 세계인들에게 내놓기 적합한 대표적인 한식"이라며 "앞으로 우리 궁중요리를 세계에 알리는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심혜이 인턴기자(중앙대 정치외교학 3년)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