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우리 사회는 빨리 경제논리가 지배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국민 모두가 잘 사는 길"이라고 말한다. "정치 논리에 끌려 다니다가 비효율적이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사회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가 국정철학으로 강조하는 실용주의도 따지고 보면 '경제논리'의 다른 이름으로 볼 수 있다.
지난 4월 이 당선자가 인도 순방 당시 현지 삼성전자 연구소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당시 이 당선자에게 삼성전자 간부들은 "우리가 인도에서 핸드폰을 잃어버리면 즉시 위치추적을 해서 찾아낼 수 있는 신기술을 개발해 호평을 받고 있다"고 으쓱한 표정으로 브리핑을 했다. 여의도식 정치 문법이라면 당연히 "수고했다.
자랑스럽다"는 치사가 나올 순서였지만 이 당선자의 반응은 의외였다. "그런 기술을 핸드폰에 적용하면 장사가 잘 안되겠네요. 글쎄 좋은지 모르겠네요"라는 썰렁한 답변이었다.
핸드폰을 분실해도 위치추적을 통해 찾아주면 핸드폰 판매량이 줄어들 테니 기업 입장에선 그리 좋은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 당선자의 발언을 듣고 놀랐다. 현장에서 브리핑을 받자 마자 사안의 본질을 꿰뚫는 빠른 두뇌회전 과 '비즈니스 감각'이 신기했다.
물론 이 일화가 이 당선자의 실용주의로 상징되는 국정철학을 상징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 적어도 당선자의 문법을 엿볼 수 있게는 해준다. 바로 '부(富) 또는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가 없는가', ' 부 또는 성과를 만들기 위해 효과적인 방법인가 아닌가'가 이 당선자를 지배하는 코드인 셈이다.
그의 '일머리'나 비즈니스 감각은 그가 내세운 7% 성장과 300만개 일자리 창출, 10년 내 4만달러 소득달성이라는 '대한민국747' 공약이 현실화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갖게 된다.
그러나 이 당선자의 이 같은 문법은 시대정신을 반영하고 있음에도 우려되는 면도 없지 않다. 특히 그가 종종 보여온 '여의도 정치'에 대한 혐오를 떠올리면 더더욱 그렇다.
대선 기간 동안 이 당선자는 정치에도 자신의 효율성의 논리를 적용하려는 시도를 하려다 위기를 자초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경선 승리 직후 요직을 측근들로 채우며 박근혜 전 대표측 인사들을 효과적으로 포용하지 못한 것이 단적인 예이다. 일로만 따지자면이야 측근들만으로 친위부대를 형성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지 않은가.
나는 이 당선자가 알면서도 손해보는, 비효율성이 지배하는 정치적 문법에 익숙해졌으면 좋겠다. 그는 이미 여러 차례 정치적 양보를 하며 현실정치에도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민들은 절대 손해 안보고, 할 말 안할 말 가리지 않는 대통령, 양보하지 않는 대결의 정치에 지쳐있다. 인도의 삼성 직원들에게 빈말이라도 "신기술 개발하느라 수고했다"고 말해주는 것이 그에게 필요한 정치 문법이다.
특히 이 당선자는 이제 인수위, 내각과 청와대 비서실 등의 인사를 줄줄이 앞두고 있고, 총선도 기다리고 있다. 정치가 안정되지 않으면 경제도 없다. 특히 당장은 당내의 정치 안정이 급선무이다.
앞으로의 정치적 변화를 예측하긴 어렵다. 그러나 박 전 대표와의 차이점을 존중하고 그의 장점을 활용한다면 이 당선자에게는 가장 큰 힘이 될수 있다. 배려의 정치, 그것은 경제논리로만은 설명이 안되지만 그가 추구해야 할 정치적 실용주의가 될 것이다.
이태희 정치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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