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대통령 당선으로 10년 만에 경제정책에도 커다란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과천청사의 경제 부처들은 오랜 기간 유지해온 각종 진보와 규제위주의 정책을 어떻게 '실용정부'에 맞게 전환할지 고심하고 있다.
특히 이 당선자의 경제 공약과 정반대의 정책을 유지해온 재정경제부, 기획예산처, 건설교통부, 공정거래위원회 등은 하루 아침에 기존 정책을 180도 선회해야 할 처지여서 고민의 강도가 커지고 있다. 참여정부의 규제위주의 부동산정책, 징벌적 세금부과 등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오던 고위 간부들은 곤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임영록 재경부2차관은 20일 "(이 당선자가 반대하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금산분리 원칙 고수도 명분을 갖춘 정책"이라면서도 "대선 결과로 나타난 국민의 뜻을 최대한 존중하는 방향에서 당선자 측과 앞으로 구성될 인수위를 통해 구체적인 정책을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총괄 지휘해 온 재경부는 최근까지 부처 홈페이지에 종합부동산세 고수 입장을 시리즈로 연재하는 '소신'을 굽히지 않고 있어 , 차기 정부에서 인적 쇄신 폭이 클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재경부 고위관계자는 "이 당선자가 종부세 완화 공약을 밝혔으나,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 것은 없다"면서 "인수위가 구성되면 재경부의 입장을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재경부의 기존정책과 이 당선자의 경제정책이 상충되는 것은 종부세 만이 아니다. 이 당선자측이 10% 인하 공약을 한 유류세나 법인세 감면에 대해서도 재경부는 "인하 불가"원칙이 확고하다.
금산분리 원칙 고수 역시 이 당선자측의 공약과 정면 배치되는 것이다. 권오규 경제부총리는 이번 주 초 핵심 간부회의에서 "앞으로 조직 개편과 정책기조의 변화 등이 예상되지만, 재경부의 기존 입장이 기본적으로 맞다고 생각한다면 당선자 진영을 설득해야 한다"는 취지의 당부를 한 것으로 전해져 인수위와의 협의 과정이 간단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이 후보의 핵심 공약인 '연 10조원 감세ㆍ예산 20조원 삭감'에 대해 '비현실적인 공약'이라는 입장을 밝혀온 기획예산처도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기획처 고위 간부는 "과거 브라질 등에서 세출 예산을 대폭 삭감한 뒤 치안 불안 등 심각한 후유증을 겪은 사례가 있다"며 "인수위 구성 후 막상 나라 살림을 들여다보면 당선자 측도 기획처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기업들에 대한 강도높은 규제로 원성을 받아온 공정거래위원회도 '친기업 정서'의 이명박 후보 당선에 대해 긴장하는 모습이다. 이 당선자는 공정위가 금과옥조처럼 고수해온 출자총액제한제도의 폐지를 공약한 바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 정부 하에서도 출총제는 예외폭이 늘어나 사실상 적용 대상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상태"라면서도 "하지만 재벌들의 순환출자가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출총제를 폐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한편 이 당선자도 공정한 시장경쟁 원칙 확립에 동의하는 만큼 경쟁정책 당국으로서의 공정위 위상은 유지될 것이라는 희망도 나타냈다.
대통령 선거기간 "경부운하 건설이 경제성이 없다"고 결론 내렸던 건설교통부도 정책선회가 줄줄이 이어질 전망이다. 재건축 및 재개발에 대한 전방위 규제를 통한 서울 강남의 주택수요억제와 지역균형을 명분으로 한 수도권 규제지속 등도 이 당선자가 손을 보겠다는 입장이어서 파란이 예고되고 있다.
산업자원부도 정부조직 개편과 관련, 태스크포스를 꾸려 대응 논리 개발에 부심하고 있다. 과학기술부의 경우 이 당선자의 공약과 현 정책간의 커다란 상충점은 없지만, 정부 조직개편 과정에서 산자부나 교육부와 통합될 것이라는 소문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