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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훈·박철민 '늘근도둑 이야기' 스크린서 맞춘 호흡, 무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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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훈·박철민 '늘근도둑 이야기' 스크린서 맞춘 호흡, 무대로

입력
2007.12.20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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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력이 달립니다. 박철민이라는 배우는 과대포장 됐어요.”(김지훈)

“거참, 영화 <화려한 휴가> 관객 700만 명 돌파 이후 아주 기고만장해졌어요.”(박철민)

인신공격성 발언 같은 이들의 이야기가 어째 더 없이 친근한 애정표현으로 들린다. 툭툭 내뱉듯 대화를 주고받는 두 남자의 얼굴에 화는커녕 행복한 미소만 가득하다.

“내시경으로 훑듯 서로를 들여다본다”는 영화감독 김지훈(36)과 배우 박철민(40) 콤비가 영화 <목포는 항구다> <화려한 휴가> 에 이어 무대에서 다시 뭉친 것만으로도 연극 <늘근도둑 이야기> 는 묘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

‘연극열전2’의 두 번째 작품으로 내년 1월 4일 사다리아트센터 동그라미극장에서 시작될 연극 <늘근도둑 이야기> 는 늙고 어리숙한 두 도둑이 형무소에서 나온 뒤 미술관을 털면서 겪게 되는 해프닝을 그리고 있다. 1989년 초연 이후 매 공연 때마다 작가 이상우 특유의 촌철살인의 풍자로 화제를 모았다.

박철민이 2003년에 ‘덜 늙은 도둑’으로 출연해 재치 있는 입담을 자랑한 작품으로, 연극 무대에 데뷔하는 김지훈 감독에게는 “박철민과의 연결고리가 확고해진 연극”이기도 하다.

“2003년에 <늘근도둑 이야기> 를 접하기 전까지 제게 연극은 딱딱하고 틀에 박힌 장르였습니다. 박철민씨처럼 좋은 사람을 만났고 연극에 대한 눈높이를 키워 준 의미 있는 작품으로 관객과 만날 생각을 하니 설렙니다.”

사실 김지훈과 박철민의 인연은 2000년부터다. 영화 <목포는 항구다> 준비 중 목포를 찾았던 김지훈 감독은 마당극 <밥> 을 공연 중이던 박철민과 술잔을 기울이면서 “술이 아닌 사람에 취했다”고 한다. “제가 그래서 실언을 했죠. 형은 내가 키워주겠다고.(웃음)”

영화로 호흡을 맞췄던 두 사람은 연극으로 뭉친 지금이 “맞벌이 부부가 외식만 하다 집에서 밥을 먹듯 편안한 기분”이라고 했다. 김지훈 감독은 “박철민, 박원상 등 내 미숙함을 잘 아는 배우들의 존재만으로 큰 안정감을 준다”고 한다. “배우를 안락하게 해 주는 감독의 역할을 경험하고 싶었습니다. 처음엔 조바심도 났는데 그냥 자연스럽게 두면 배우들의 향기가 객석까지 전해지리라 봅니다. 저는 그냥 무임승차하면 되는 거죠.”

김지훈 감독이 이토록 신뢰를 보내는 배우 박철민의 부담감이 적지 않을 듯했다. “부담이 좀 될 거 같다 싶으면 못 들은 척 해야 해요. 5년 만에 같은 역을 맡게 됐으니 걱정할 만한 요소도 많지만 더 잘 까불어대고 재미있어졌다는 반응이면 만족합니다.”

‘재미’라는 말에 김지훈 감독이 다시 끼어들었다. “원작은 풍자가 90%였지만 2008년의 <늘근도둑 이야기> 는 재미가 가장 중요한 요소지요. 이상우 선생이 선견지명으로 미술관을 비리의 핵심공간으로 묘사해 놓으셨으니 재미를 극대화해도 풍자는 희석되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지금은 거대담론 안에서 사회를 변화시키려는 의지보다 어떻게 하면 내가 행복할 것인가 하는 게 화두죠. 그리고 전 대중영화 감독입니다. 첫째도, 둘째도 재미 아니겠습니까.”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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