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ㆍ15 부정선거'로 역사에 남은 1960년 3월15의 제4대 대통령선거 투표율은 무려 97%에 달했다. 유권자들의 자발적 의사에 의한 투표가 아니라 강제 조직동원과 대리투표 등에 의한 부정선거의 결과였다.
결국 이승만 당선자가 하야하고 선거가 무효 처리되어 안 치른 대선이 되어 버렸다. 오늘 실시되는 대선이 실제로는 18번째이면서도 제17대 대선이 되는 이유다.
3ㆍ15부정선거를 빼면 휴전 후 처음 실시된 제3대 대선 투표율이 94.4%로 가장 높은 기록이다. 시대혼란상을 생각하면 1950,60년대의 높은 투표율은 정치 후진성의 또 다른 표현으로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 군사정부시대와 유신의 암흑기를 지나 1987년 부활된 직선제 대선의 투표율은 89.2%를 기록했다. 대선 경쟁구도 자체가 치열했지만 억눌렸던 국민들의 정치참여 욕구가 분출한 결과였다.
그 후 대선 투표율은 점점 하락, 지난 16대 대선에서는 70.8%에 불과했다. 일반적으로 선진국들의 투표율이 60% 안팎에 머무는 것을 감안하면 이런 경향도 선진화의 징표일지 모른다. 그러나 정치 무관심의 결과인 투표율 저하는 현대 민주주의의 심각한 위기를 반영한다는 견해가 더 많다.
▦ 1,2위 지지도 격차가 워낙 커 역대 어느 대선보다 재미가 없다는 이번 대선이다. 투표율도 사상 최저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2002년 대선 직전 중앙선관위가 실시한 유권자 의식조사에서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응답이 80.5%였지만 실제 투표율은 그보다 10%포인트가 낮았다.
선관위의 이번 대선 의식조사에서는 '반드시 투표' 응답이 67%로 나타났는데, 실제 투표율이 50%대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주변이나 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다수가 "뽑을 사람이 없다"는 반응들이니 저조한 투표율이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 대선에서 승패가 중요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각 후보가 얻은 득표율은 그가 표방한 정책과 노선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도이기도 하다. 그렇게 표출된 국민들의 의사는 차기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반영되기도 하고 견제로서 작용하기도 할 것이다.
또 그 득표율을 바탕으로 새로운 정치세력이 커 나갈 수도 있다. 당선되지 않을 후보에게 던지는 표가 무의미하다고 해서 사표라고 하나 그런 의미에서 문자 그대로의 사표는 없다. 투표장에 가지 않음으로써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권리를 포기한 것만이 진짜 죽은 표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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