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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현대판화전/ 판화의 3차원, 4차원적 외연 확장… '판박이' 편견 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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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현대판화전/ 판화의 3차원, 4차원적 외연 확장… '판박이' 편견 깨다

입력
2007.12.20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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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화는 오랜 세월 미술사의 ‘이등시민’이었다. 대량 복제가 가능한 복수성은 원본의 아우라를 결여한 것으로 강등됐고, 독자적 예술 가치를 인정 받지 못한 취약한 지위는 판화를 회화의 여기(餘技)로 취급 받게 만들었다. 판화가 저만의 미적 영토를 일구어 직립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판화의 매력을 만끽해볼 수 있는 두 전시가 열리고 있다. 한국 판화의 지평을 넓힌 50년간의 도도한 역사를 펼쳐보이는 ‘한국현대판화 1958-2008’전과 기민하게 당대에 대응하며 유머러스한 필치로 시대정신을 담아낸 ‘오노레 도미에: 파리의 풍자꾼’전이다.

■ 한국현대판화 1958-2008 상상 그 이상… 표현의 한계는 없다

현대판화 도입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막한 이 전시는 133명의 작가들이 빚어낸 400여점의 작품을 통해 그동안의 성취를 조명한다. 1부 ‘한국현대판화의 전개 1958-1989’에서는 실크스크린 등 새로운 판법이 유행하던 1950년대 후반부터 시대별 특징을 대표하는 작품들을 통해 한국현대판화의 역사를 회고한다.

60년대에는 윤명로, 김종학, 배륭 등이 뚜렷한 앵포르멜 경향을 보여주며, 70년대에는 실크스크린과 목판화 기법을 혼용해 인간 정체성에 질문을 던지는 김상유의 ‘출구 없는 방’, 실크스크린으로 인간 소외와 고독을 표현한 송본수의 ‘판토마임’, 메조틴트 기법으로 일상적 오브제를 초현실주의로 변환하는 황규백의 ‘거북과 토끼’ 등이 다양한 판법을 통해 판화의 독자성을 구축하기 시작한다.

김태호 구자현 김익모 등 추상적 경향의 작가들과 오윤 홍성담 홍선웅 류연복 등 민중미술계열의 작가들이 공존한 80년대는 한국 판화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시기다.

‘프린트’(printㆍ찍는다)의 일본 번역어인 판화(版畵)는 질료를 종이로 한정한다는 점에서 오역이었다. 다양한 판화기술이 축적되고, 여타 장르와의 혼합현상이 두드러지면서 “판에 그림을 새기고 색을 칠한 뒤에 종이나 천을 대고 찍어서 만든 그림”이라는 판화의 정의는 그 지평이 무한대에 가깝게 확장되기 시작했다.

2부 ‘한국현대판화의 신세대 흐름’에서는 사진전사, 레이저커팅, 캐스팅 등 다양한 기법으로 ‘찍는다’는 판화의 원리를 고수하는 젊은 작품들을 통해, 판화의 외연이 어디까지 확장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들의 정의에 따르면, 거푸집에서 똑같은 모양의 포크를 찍어낸 후 설치한 최미아의 작품도, 컴퓨터를 이용한 이정은의 디지털 프린트도 판화다.

회화보다 더 회화적인 작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고 아름다운 작품들이 한국 판화가 쌓아온 성과와 미래의 가능성을 동시에 느낄 수 있게 한다. 내년 1월27일까지. (02)2188-6114

■ 오노레 도미에 탄생 200주년展: 파리의 풍자꾼세태를 꼬집는 ‘촌철살인’ 한 컷

서울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이 전시는 판화가 태생적으로 지니고 있는 정치적 매력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오노레 도미에(1808-1879)는 시민계층이 왕족과 귀족층에 대항하며 민주주의를 구축해가던 질풍노도의 시기를 산 정치 풍자화가로, 문맹이 태반이던 파리 시민들에게 촌철살인의 통쾌한 한 컷을 제공함으로써 프랑스의 민주화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시인 보들레르가 “우리 시대 파리에서 들라크루아에 비할 수 있는 작가는 두 명뿐이다. 캐리커처 작가인 도미에와 앵그르다”라고 말했던 작가다.

전시에는 르 샤리바리 등 일간지에 게재됐던 총 146점의 석판화와 회화 1점, 조각 12점이 선보인다.

석판화는 근대 도시로 급격하게 변모해가던 파리의 모습을 담은 ‘모던 파리’, 일상의 작은 행복을 추구하는 소시민들의 모습을 애정어린 시선으로 기록한 ‘부부와 가족’, 기차 강도에 대한 부르주아들의 불안 등 당대의 사회상을 보여주는 ‘여행과 여가’, 정치부패를 날카롭게 꼬집는 ‘정치 풍자’ 등 4개 부문으로 나뉘어 소개되는데, 작가의 유머와 위트를 제대로 느끼려면 작품의 제목과 부제를 꼼꼼히 봐야 한다.

폭소를 자아내는 작품들은 도미에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풍자 전문 미술관인 일본 이타미시립미술관에서 빌려왔다. 내년 1월31일까지. 매주 일요일과 공휴일 휴무. (02)880-9504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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