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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선택 남긴 17대 대선 결산/ 사라진 정책대결… "역대 가장 재미없는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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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선택 남긴 17대 대선 결산/ 사라진 정책대결… "역대 가장 재미없는 선거"

입력
2007.12.20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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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대선은 19일 0시로 22일 간에 걸친 대장정을 끝내고 국민의 선택만을 남겨 뒀다.

이번 대선은 시종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대세론'과 이를 깨기 위한 타후보들 간의 공방이 중심이었다. 이 여파로 정책 대결은 실종됐고, 이 후보의 각종 부정부패 의혹과 검찰 수사가 대선의 향배를 좌우했다. "역대선거 중 가장 재미 없는 선거였다"는 얘기가 회자되는 이유다.

이명박 후보는 올해 초부터 지지율 고공행진을 질주하며 단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놓지 않았다. 개표 직전까지도 승부 예측이 힘들었던 2002년이나 1997년 대선과 판이한 양상이었다.

이 후보의 지지율이 출렁였던 경우는 한나라당 경선과 무소속 이회창 후보의 출마선언 직후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지지율은 35%선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다.

이 후보의 독주로 대선구도는 자연스레 '이명박 대 반(反)이명박'으로 전개됐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와 이회창 후보 등 타후보들은 이명박 후보의 BBK 주가 조작 사건, 위장 전입, 위장 취업 등 네거티브 선거운동으로 대세론 무너뜨리기 위해 전력을 쏟았다.

BBK사건은 지난달 중순 핵심 인물인 김경준씨가 미국에서 송환되면서 대선 판도를 뜨겁게 달궜다. 검찰 수사 결과는 이명박 후보에 쏟아진 각종 의혹에 대한 면죄부였다. 이명박 후보는 다시 위기를 넘겼다.

하지만 선거 막판 2000년 광운대 강연에서 "BBK를 설립했다"고 말하는 장면이 들어가 있는 '이명박 동영상'이 공개돼 '이명박 특검'수용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특검은 대선 후 정국을 뒤흔들 폭풍의 눈이 될 전망이다.

범여권이 전통적 지지층 결집에 어려움을 겪은 것도 이번 대선의 특징이다. 정 후보는 당내 경선이 끝난 뒤 지지율이 20%초반을 기록한 것을 제외하곤 줄곧 10%대에 머물렀다.

이는 강고한 반노무현 정서와 범여권 후보 난립이 원인인 것으로 지적된다. 과거 경험상 여권 후보는 호남과 진보층을 아울러 25~30%대의 고정 지지층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보수와 진보 진영의 분열로 다자(多者)구도로 선거가 치러진 것도 눈 여겨 볼 대목이다. 과거 대선에선 막판 DJP연대,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등 각종 합종연횡이 판을 흔들었지만 이번엔 양측 모두 단일대오 형성에 실패했다.

보수는 이회창 후보의 출마로 분열됐고 범여권도 막판까지 단일화를 이뤄내지 못했다. 범여권의 후보 단일화 실패는 이명박 후보의 고공행진과 후보들의 총선을 겨냥한 속내가 원인으로 관측된다. 이번 대선에는 12명이 후보로 공식 등록, 사상 최다 기록을 세웠다.

이회창 후보의 출마는 정당정치와 책임정치 실종이라는 논란을 낳았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경선에서 지고 난 뒤 깨끗이 결과를 인정, '아름다운 승복'이라는 찬사를 받은 것과 비교 된다.

대선을 겨냥한 이합집산으로 따가운 시선을 받았던 신당도 경선 과정에서 노 대통령의 명의도용, 차떼기 등으로 체면을 구겼다.

정책대결은 정치공방에 가려 사라져 버렸다. 대선 초반 이명박 후보의 한반도대운하건설 정책과 정 후보의 대륙철도구상이 반짝 논란이 됐을 뿐이다.

이명박 후보의 독주로 후보 간 TV토론이 활성화하지 못한 것도 정책대결 실종의 또 다른 원인이다. TV토론은 중앙선관위가 주최한 3번밖에 없었다.

97년 대선에서 TV토론이 선거의 주요 변수로 등장한 후 TV토론이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대선의 주요 변수였던 지역주의와 이념논쟁이 힘을 잃은 것도 주목되는 현상이다.

서강대 정외과 이현우 교수는 "이번 대선은 선거운동이 시작되기 전부터 이미 노무현 정권 평가로 대선구도가 굳어져 정책이나 도덕적 이슈가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권혁범 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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