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대 조각 중 가장 우수하고 자랑스런 작품은 백제의 금동미륵보살 반가사유상과 신라의 석굴암 본존불일 것이다. 반가사유상의 단순미와 세련미는 지금의 눈으로 보아도 경탄스럽다. 얼굴 선은 물 흐르듯 곱고 코는 오똑하며, 눈은 반쯤 뜬 채 자비로운 미소를 짓고 있다.
반가사유상이 여성미의 극치를 보여준다면, 본존불은 자비로우면서도 남성적 장엄미로 가득하다. 일본학자 야나기 무네요시는 1916년 본존불을 처음 본 감격을 이렇게 그리고 있다.
▦ ‘아침 6시 반, 화창한 햇빛이 바다를 건너 석굴암의 불타 얼굴에 닿았을 때, 그 곁에 서 있었다. 그것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행복한 순간의 추억이다. 그와 그를 둘러싼 여러 불상들이 그 놀라운 새벽빛에 의해서 선명한 그늘과 흐르는 듯한 선을 나타낸 것도 그 찰나였다.
굴 깊숙이 자리한 관음의 조상(彫像)이 희한한 아름다움으로 미소지은 것도 그 순간이었다. 오직 새벽빛에 의해서만 볼 수 있는 옆얼굴은 그 순간 나의 숨을 빼앗는 듯했다…’
▦ 유감스럽게도 반가사유상이나 석굴암 본존불의 작가가 누구냐 하는 것은 알려져 있지 않았다. <삼국유사> 는 신라 경덕왕 때 김대성이 전세와 현세의 부모를 위해 불국사와 석불사(석굴암)를 창건했다는 내용을 설화와 함께 전하고 있다. 삼국유사>
그러나 김대성이 절을 세웠지만, 본존불은 누가 만들었을까 하는 부분은 알려져 있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김대성이 석굴암 조각들을 만든 장본인이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흥미롭다.
▦ 손연칠 동국대 교수는 한 논문에서 김대성은 석굴암의 기획과 디자인, 조각, 건축 등 모든 분야를 직접 맡았던 당사자라고 주장했다. <삼국유사> 중에서 ‘(김대성이) 불상을 많이 만들어, 길러준 노고를 갚았다’ ‘대성이 석불을 조각하면서 큰 돌 하나를 다듬어 감실 덮개를 만드는데…’ 등이 조각가였음을 분명하게 보여 준다는 것이다. 삼국유사>
손 교수는 천재 조각가 김대성의 작품인 석굴암의 실체를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고도 주장했다. 더 많은 연구가 뒷받침되어 위대한 조각가의 면모가 굳어졌으면 한다.
박래부 논설위원실장 parkr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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