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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조각가 김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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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조각가 김대성

입력
2007.12.20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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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고대 조각 중 가장 우수하고 자랑스런 작품은 백제의 금동미륵보살 반가사유상과 신라의 석굴암 본존불일 것이다. 반가사유상의 단순미와 세련미는 지금의 눈으로 보아도 경탄스럽다. 얼굴 선은 물 흐르듯 곱고 코는 오똑하며, 눈은 반쯤 뜬 채 자비로운 미소를 짓고 있다.

반가사유상이 여성미의 극치를 보여준다면, 본존불은 자비로우면서도 남성적 장엄미로 가득하다. 일본학자 야나기 무네요시는 1916년 본존불을 처음 본 감격을 이렇게 그리고 있다.

▦ ‘아침 6시 반, 화창한 햇빛이 바다를 건너 석굴암의 불타 얼굴에 닿았을 때, 그 곁에 서 있었다. 그것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행복한 순간의 추억이다. 그와 그를 둘러싼 여러 불상들이 그 놀라운 새벽빛에 의해서 선명한 그늘과 흐르는 듯한 선을 나타낸 것도 그 찰나였다.

굴 깊숙이 자리한 관음의 조상(彫像)이 희한한 아름다움으로 미소지은 것도 그 순간이었다. 오직 새벽빛에 의해서만 볼 수 있는 옆얼굴은 그 순간 나의 숨을 빼앗는 듯했다…’

▦ 유감스럽게도 반가사유상이나 석굴암 본존불의 작가가 누구냐 하는 것은 알려져 있지 않았다. <삼국유사> 는 신라 경덕왕 때 김대성이 전세와 현세의 부모를 위해 불국사와 석불사(석굴암)를 창건했다는 내용을 설화와 함께 전하고 있다.

그러나 김대성이 절을 세웠지만, 본존불은 누가 만들었을까 하는 부분은 알려져 있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김대성이 석굴암 조각들을 만든 장본인이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흥미롭다.

▦ 손연칠 동국대 교수는 한 논문에서 김대성은 석굴암의 기획과 디자인, 조각, 건축 등 모든 분야를 직접 맡았던 당사자라고 주장했다. <삼국유사> 중에서 ‘(김대성이) 불상을 많이 만들어, 길러준 노고를 갚았다’ ‘대성이 석불을 조각하면서 큰 돌 하나를 다듬어 감실 덮개를 만드는데…’ 등이 조각가였음을 분명하게 보여 준다는 것이다.

손 교수는 천재 조각가 김대성의 작품인 석굴암의 실체를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고도 주장했다. 더 많은 연구가 뒷받침되어 위대한 조각가의 면모가 굳어졌으면 한다.

박래부 논설위원실장 parkr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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