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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미국 정보능력과 북한 핵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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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미국 정보능력과 북한 핵능력

입력
2007.12.20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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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에도 잘 몰랐지만 문제는 지금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가 '이란은 2003년말 핵무기 개발을 중단했고, 이를 재개했다는 흔적은 아직 없다'는 내용의 '국가정보평가 보고서'를 공개하자 미 의회가 보인 반응이다.

2005년 정보평가 보고서에서는 '이란이 핵무기를 만들고 있다는 정보는 확실히 믿을만하다'고 했는데 2년 만에 뒤집어졌으니 이런 낭패감을 느끼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 예상보다 허약한 미 정보력

2년 전의 정보평가를 바탕으로 국제사회에서 대 이란 강경책을 주도했던 부시 행정부의 입장은 더욱 난처해졌다. 부시 행정부의 당혹감이 어느 정도였는지는 2007년 정보평가 보고서의 공개를 놓고 내부에서 찬반 격론이 벌어진 데서도 잘 드러난다.

16개 미 정보기관의 수장격인 마이크 매코넬 국가정보국장 등은 부시 행정부에 가해질 타격을 우려, 당초 비밀에 붙이기로 결정했으나 결국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에 밀리고 말았다. 내부 고발자에 의해 보고서 내용이 누설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임기 말의 부시 행정부가 대외 정책을 좌우할 핵심 정보를 은폐하려다 발각될 경우, 파장은 부시 대통령뿐 아니라 대선 레이스를 펼치고 있는 공화당에도 치명타가 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의도하지 않은 정보 유출에 대한 공포가 부시 행정부에게 '바른 길'을 가도록 강제했다고 볼 수 있다.

부시 대통령의 입지 축소는 우리에겐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그 때문에 득을 보는 부분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때로는 경이롭게 여겨지기도 했던 미국의 정보력이 예상 밖으로 허약하다는 점이 이라크전 개전 당시의 '정보 실패'에 이어 또 다시 확인된 것은 심히 우려할 만한 일이다. 무엇보다 북한이 연내에 '완전하고도 정확한' 핵 프로그램 신고를 해야 하는 결정적 시기에 이런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에 더 그렇다.

이제까지 알려진 북한 핵 능력이나 핵 현황은 거의 대부분 미국의 정보에 의존해 전체 그림이 그려진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이 현재까지 추출한 핵무기급 플루토늄의 양이 55~60kg에 이른다는 주장도 그렇고, 우라늄 농축에 쓰이는 원심분리기용 알루미늄관을 사들였다는 얘기도 미국에서 나온 것이다.

때문에 북한이 신고한 핵 목록의 내용이 과연 진실에 부합하는 지 여부를 판단하는 일차적인 잣대도 미국이 가진 정보일 수밖에 없다.

물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북한은 신고 내용을 가급적 축소하면서 미국 정보능력의 신뢰도가 실추된 상황을 최대한 이용하려 할 것으로 보는 게 상식에 가깝다. 북한이 오히려 정보에 대한 '증거'를 미측에 요구하면서 신고 내용의 진위를 놓고 북미 간에 지루한 '게임'이 벌어질 개연성이 농후하다.

■ 핵신고에 미온적인 북이 걱정

나아가 미국의 정보를 믿기 어렵다는 전제에서 보면 북한의 핵 능력은 미국이 알고 있는 것보다 더 월등할 수도 있고 아니면 반대로 실제보다 과장됐을 수도 있다.

후자라면 그나마 다행이고 검증과정에서 차이가 소멸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자라면 검증을 해도 숨겨진 부분이 드러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북핵 해결은 아무리 해도 미완성에 그치게 되는 아주 염려스러운 국면을 맞게 될 것이다.

부시 대통령의 친서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 신고에 미온적이라는 보도가 나오는 상황이어서 이래저래 북한 핵 신고에 대한 걱정이 커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고태성 워싱턴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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