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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 3차 TV토론회/ 황영식 논설위원이 본 3차 TV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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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 3차 TV토론회/ 황영식 논설위원이 본 3차 TV토론

입력
2007.12.20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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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저녁에 열린 대선후보들의 마지막 TV토론회는 1,2회 때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한 아쉬움을 남겼다. 토론회에 임하는 후보들의 자세와 깊이 있는 토론을 제약하는 토론형식이 결합한 결과라는 점에서 앞으로 내실 있는 TV토론회의 정착을 위한 제도적 손질이 불가피해졌다.

이날 토론회가 관심을 끈 것은 대선 3일 전이라는 중요한 때에 이뤄진 마지막 토론회라는 이유도 있지만, 국민의 피부에 와 닿을 수 있는 먹고 사는 문제, 일자리 문제, 연금 문제, 부동산 문제 등에 대한 후보들의 비전과 식견을 통해 앞으로의 정책기조 변화를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였다.

그러나 토론회에 앞서 인신공격이나 비방을 삼가고, 토론 주제에서 벗어나지 말라는 사회자의 사전 요청에도 불구하고 막상 토론이 시작되자 각 후보들은 상대방 공격과 비난에 짧은 발언시간의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 대해 다른 후보들은 ‘공격 본능’을 감추지 않았다.

# 짧은 발언시간 'BBK 동영상' 등 공방에 할애# '일자리 창출에 역량 집중' 공통된 확인은 성과

이날 공개된 ‘이명박 동영상’과 관련, ‘BBK 의혹’이 다양한 각도에서 다시 거론됐다. ‘경부대운하’ 구상도 자주 공격을 받았다. 이에 못지않게 현 정부의 경제정책의 공과에 대한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의 인식도 수시로 노골적 비난을 받았다. 경제ㆍ사회 정책을 논하면서도 후보들의 감각은 정치적 효과에 민감하게 쏠려있었던 셈이다.

그나마 중반 이후에는 각 후보들은 자신의 핵심 공약과 정책을 적극적으로 피력하려고 애썼다. 그러나 1분, 1분30초, 2분 등 짧은 시간에 충실한 내용을 가진 정책을 제시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 구체적 수치도 나오고, 자신의 공약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멋진 수사도 잇따라 등장하고, 후보들의 표정도 진지하고 확신에 넘쳤지만 좀처럼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주요 후보들의 발언이 포장은 다르지만 실제 내용은 비슷한 것들이 많았고, 이를 통해 누가 대통령이 되든 최소한 몇 가지 정책노선의 구체적 전환이 이뤄지리라는 전망은 비교적 분명해졌다. 아마도 이것이 3차 TV토론회의 가장 큰 성과일 것이다.

방법론이 제대로 제시되지도 않았고, 부분적으로 제시된 내용의 현실적합성을 판단하기에도 이르지만 적어도 후보들이 약속을 지키는 한 현재보다 높은 경제성장 목표가 설정되고, 일자리 창출에 정치역량이 집중되고, 비정규직법이 일부 손질되고, 기업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고, 부동산 과세가 가벼워지는 것 등이다.

후보들의 입을 통해 경제정책의 방향과 구체적 내용, 실현 방법론을 들어보려고 할 필요는 없다. 지금 국민들이 선택하고자 하는 사람은 개별정책의 담당자가 아니라 복잡한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ㆍ국제 환경 속에서 국가의 총체적 항로를 잡아갈 대통령이다. 대통령 후보는 대강의 기본 골격만 보여주고 나머지 살과 피와 근육은 각 분야의 전문담장자가 채우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세부 방법론까지 가진 대통령의 귀는 닫혀있기 쉬우며, 여러 사람의 지혜로 빈 곳을 채우려는 열린 귀를 가진 것만 못하다.

마지막 토론회가 아쉬움을 남긴 것도 구체적 내용의 부족보다는 기본적 뼈대를 분명하게 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앞으로 기술적 해결을 기약할 수 있다. 중요한 논점이라도 누구나 비슷하고 뻔한 답이 예상되는 것은 과감히 빼고, 치열한 논쟁이 예상되는 논점에 토론을 집중시켜야 한다.

규제완화 문제나 대학입시제도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런 집중토론을 통해서 야 비로소 후보들의 시각적 이미지나 말솜씨와는 무관한 기본인식의 차별성이 확인될 수 있다. 또한 그런 확인을 통해 유권자가 후보를 고를 수 있을 때 유권자 각자가 후보의 인식을 감정 이입할 수 있는 정치의사의 진정한 표출에 이를 수 있다.

이런 쟁점 집중형 TV토론회는 현재의 방식으로는 아무래도 무리다. 가령 군소후보들의 양념 같은 역할이 자칫 무미건조할 수도 있는 토론에 윤기를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비교와 판별이라는 토론회의 본질적 기능과는 동떨어진다.

국민 세금을 들인 귀중한 시간을 버라이어티 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그런 재미는 얼마든지 다른 프로그램에서 맛보면 된다. 3회의 토론회가 ‘1강2중’이 각각 벌이는 ‘맞장 토론회’로 이뤄졌다면 훨씬 진지하고, 그 점에서 특별한 재미가 있었을 것이다.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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