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미국이 추진중인 미사일 방어(MD) 체제를 무력화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에 잇따라 성공하면서 미국과 러시아의 군비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17일 AP통신은 러시아 이타르 타스 통신 보도를 인용해 러시아 해군이 이날 북극 인근 베링해를 운항하던 핵잠수함인 툴라호에서 ICBM을 발사해 캄차카 반도의 목표 지점에 명중시켰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해군은 “러시아군의 유사시 긴급 대응 능력을 시험하기 위해 해저에서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해군은 미사일의 구체적인 종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타르 타스 통신은 이 잠수함이 최신예 ICBM인 시네바 미사일을 탑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네바 미사일은 해저에서 발사돼 위성의 도움으로 항로 조정이 가능해 미사일 방어 체제에 탐지되지 않고 목표물에 도달할 수 있다.
물론 러시아의 미사일 시험 발사는 이례적인 것은 아니다. 러시아는 이 달초 중앙 아시아 카자흐스탄 인근의 미사일 발사 기지인 카푸스틴 야르에서 ‘RS-12M 토폴’로 불리는 신형 ICBM을 발사하는 등 올해 들어서만 3~4회 미사일 발사 시험을 실시했다.
러시아의 잇따른 미사일 시험 발사는 미국이 동유럽 지역에 미사일 방어 체제 구축을 추진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미국은 이란의 핵 위협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체코와 폴란드에 첨단 레이더와 요격 미사일 기지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 앞마당 격인 이들 지역에서 미사일이 발사되면 러시아군은 위기에 모스크바를 방어할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하게 된다. 러시아는 여기에 맞서 지난달 유럽 재래식감축조약(CFE) 탈퇴를 선언하고 유럽 지역에 배치된 재래식 무기를 그대로 유지키로 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그렇지만 러시아의 군사력 증강을 안보 강화 차원으로만 해석하기는 무리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올해 10월 재임중 마지막으로 가진 국민과의 대화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현 체제는 의사 결정의 중심이 하나라는 점에서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다”며 미국 중심의 세계 체제를 비난한 바 있다.
아울러 기존의 ICBM보다 성능이 앞서는 전략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으며, 2015년까지 최첨단 제5세대 전투기를 생산해 강한 러시아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정치 평론가인 율리야 라트우니나는 “러시아가 고유가에 힘입은 고도의 경제 성장을 바탕으로 미국에 맞서는 세계 초강대국이 되려는 야심을 갖고 있다”면서 “세계 패권을 놓고 미국과 러시아의 군비 경쟁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