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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회색인

입력
2007.12.20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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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훈 / 문학과지성사혁명과 이념과 절망과한국적 지식인의 전형

1963년 12월 17일 박정희가 제5대 대통령으로 취임, 제3공화국이 출범했다. 최인훈(71)의 장편소설 <회색인> 이 떠오른다. 그 당시를 살던 한국의 지식인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회색인> 은 최인훈이 1963년 6월부터 1964년 6월까지 월간 '세대'에 연재한 소설이다.

'1958년 어느 비가 내리는 가을날 저녁에 독고준의 하숙집으로 그의 친구인 김학이 진로 소주 한 병과 말린 오징어 두 마리를 사 들고' 찾아드는 것으로 시작해, '1959년 어느 비가 내리는 여름 저녁' 김학이 다시 똑같은 술과 안주를 들고 독고준을 찾아오는 것으로 끝난다.

<회색인> 은 그렇게 4ㆍ19가 일어나기 전 1년도 채 되지 않는 기간을 시간적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실은 주인공인 회색의 지식인 독고준의 사변(思辨), 내면의 독백을 따라 전쟁에서 이데올로기와 혁명으로, 한국사의 모순에서 인텔리겐차의 절망으로, 광대한 세계를 종횡한다. 김학이 "혁명이 가능했던 상황이란 없었어. 혁명은 그 불가능을 의지로 극복하는 거야"라고 할 때 독고준은 그 대답으로 "사랑과 시간"을 이야기한다.

김학이 다시 "비겁한 도피"라고 하자 독고준은 "용감한 패배도 마찬가지"라고 하며, "패배를 거쳐서 사람은 자란다"는 김학의 말에 "무책임한 소리"라고 독고준은 응대한다.

"청춘을 따르자니 부족이 울고 부족을 따르자니 청춘이 울더라." 소설 속 한 소제목처럼 관념 속에 갇힌 수인(囚人) 같은 독고준의 모습은 최인훈이 남북의 이데올로기를 모두 버리고 제3국행을 택한 <광장> (1961)의 이명준에 이어 창조해낸, 한국적 지식인의 또다른 전형이다.

1977년 문학과지성사가 간행한 '최인훈 전집'의 두번째 책으로 나온 이 소설이, 그 시대적 배경이 50년이 된 올해까지 40여쇄를 거듭하며 계속 읽히고 있는 이유다.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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