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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코스모스

입력
2007.12.20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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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세이건 / 사이언스북스"같은 행성, 같은 시간을 공유했음을 기뻐하면서"

미국의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 1996년 12월 20일 62세로 사망했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코스모스의 바닷가'에 있는 '창백한 푸른 점'인 지구는 그의 사망 이후 오늘로 꼭 태양을 11바퀴 돈 셈이다.

"우리는 코스모스의 일부이다. 이것은 켤고 시적(詩的) 수사가 아니다. 인간과 우주는 가장 근본적인 의미에서 연결돼 있다." <코스모스> (1980)의 유명한 구절처럼 그는 우주적 관점에서 지구와 인간을 바라볼 것을 역설한, 과학 대중화의 선구자였다.

많은 이들에게 <코스모스> 는 추억의 책이다. 책 내용의 TV시리즈 방영과 함께 영어판만 600만부가 나가는 등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과학책으로 꼽히는 <코스모스> 는 1981년 나온 한국어 번역판도 공전의 베스트셀러가 됐고, 한동안 절판됐다가 2004년 재번역출간됐다.

칼 세이건은 이 책에서 천문학 물리학은 물론 동서양을 아우른 철학 역사 등 해박한 인문학적 지식에 바탕, 대중적이고도 문학적인 문체로 '우주에서 인간은 어떤 위치에 있는가'를 들려준다.

그의 출발점은 '우리는 과연 누구인가'이다. 지구 같은 10조 개의 별을 품고 있는 은하가 10조 개 있는 광막한 대우주, 그 변방에서 우주의 넓은 바다에 이제 막 발을 담그기 시작한 지구와 인류의 기원, 그것을 알기 위한 투쟁으로서의 과학사, 외계 생명체와의 '콘택트' 가능성, 그리고 과학기술의 오용에 따른 인류의 자기파멸적 행태에 대한 우려 등등.

그의 메시지는 참으로 티끌 같은 존재인 지구와 인간은 우주 앞에서 겸허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주 생명체와의 교신에 특히 관심을 가졌던 칼 세이건은 영화로도 만들어져 널리 알려진 소설 <콘택트> (1985)를 쓰기도 했다.

사이비 과학을 비판하며 과학 윤리를 역설한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1995)과 유작 <에필로그> (1997)는 그가 백혈병으로 골수이식까지 받으며 썼다는 책이다.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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