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표준연 신용현 전략기술연구부장/ 진공성능 평가장치로 국내업체 성장 견인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표준연 신용현 전략기술연구부장/ 진공성능 평가장치로 국내업체 성장 견인

입력
2007.12.20 09:35
0 0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에는 라인 하나마다 수천 대의 진공 펌프가 달려있다. 공기와 먼지를 빨아내 청정환경을 유지하는 반도체 공정의 핵심 설비다.

가장 대표적인 건식 펌프만 전체 공장에 2만3,000여대가 있는데 대당 가격이 4,000만원씩에 달해 이 가격만 1조원에 가깝다.

더구나 짧으면 2주, 길면 3개월마다 펌프 전체나 일부 부품을 갈아주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수출 강국인 동시에 엄청난 진공 시장인 것이다.

2003년까지만 해도 이 건식 펌프는 대부분 영국제나 일본제였다. 국산 펌프는 평균 3%에 불과했다. 하지만 2007년 5대 중 한 대가 국산 펌프로 바뀌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바로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진공성능 평가장치가 자리를 잡은 것이었다.

“생산하는 중소기업들은 ‘외국 것과 똑같이 만들었는데 안 사준다’고 하고, 사서 쓰는 대기업은 ‘자칫하면 수백 억원이 날아가는데 뭘 믿고 쓰냐’고 하더군요. 양쪽 모두 믿을 만한 평가기관이 절실했던 거죠. 그걸 할 수 있는 기관은 표준연밖에 없었습니다.”

1999년 ‘진공기술 기반구축사업’을 시작한 표준연 신용현 전략기술연구부장은 다소 특이하게 사업을 기획했다.

1년 동안 경기 안산, 대전, 포항 등에 있는 30여개 진공장비 업체와 장비를 사는 대기업들을 훑고 다녔다.

세계 진공장비 시장의 8%나 되는 거대 소비국이면서 생산기술은 후진국이었던 원인을 추적한 결과 ‘제품을 만들어도 성능 평가가 안 돼 판매가 안 되고, 그래서 헐값에 팔아 넘기고, 그러다 보니 기술축적이 안 되는’ 악순환이 지속된다는 결론을 얻었다.

신 박사는 “사업 기획에만 꼬박 1년이 걸렸지만 생생한 의견을 들은 덕에 기업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평가기준을 마련했고, 평가장비도 이에 맞게 직접 구축했다”고 말했다.

사실 고진공을 유지해야 하는 평가장비 구축에도 수십 억원이 필요했지만 기업들이 먼저 싸게 해주는 바람에 절반 가격으로 장비 제작이 끝났다.

지금 표준연은 연 600건의 성능평가를 한다. 진공밸브를 생산하는 한 중소업체는 대기업이 원하는 수준에 이를 때까지 평가와 개발을 반복한 끝에 외국제품에 견줘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성적표’를 받았다. 이후 삼성전자와 거래를 텄고, 연간 600대, 30억원의 밸브를 납품한다.

또 세계적 펌프 업체로 알아주는 영국 에드워드, 프랑스 알카텔 등은 최근 국내에 공장을 세우고 표준연에서 제품성능평가를 받는다.

완제품을 들여오는 것보다 물류비가 절감되는 데다,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수요처가 원하는 성능을 시험하려면 표준연이 제격이기 때문이다.

과학기술부 소관이었던 이 사업은 2005년 말 산업자원부의 ‘산학연 공동연구시설 구축사업’으로 분류가 바뀌면서 논문발표 성과를 전혀 인정 받지 못하게 됐다. ‘절반의 평가’만으로도 2006년 11월 최우수 과제로 꼽혔다.

“지금까지는 펌프, 밸브 각각을 평가함으로써 수입대체를 유발했지만 앞으로는 보다 스마트한 기능을 갖춘 제품을 연구개발하는 쪽으로 나아가려 합니다. 진공장비를 대량으로 구매하는 대기업이 가까이 있고 우리가 평가를 하니까 원하는 기술수요를 빨리 파악할 수 있거든요. 이제 선진국 못지않은 진공 업체가 나와야죠.”

김희원 기자 h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