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재개발에 ‘알박기’로 맞선 주부, 블루오션을 개척한 경영자, 반세기만에 탄생한 비공산당원 장관 등이 올해 중국의 10대 인물로 선정됐다. 주간지 남방주말(南方週末)은 중국 사회에 심대한 영향을 주거나 사회 진보에 기여한 인물 10명을 선정, 발표했다.
먼저 ‘충징(重慶) 알박기’사건으로 유명해진 주부 우핑(吳萍). 충칭 지우롱보(九龍坡)구에 살던 우핑은 시의 재개발 정책에 4년간 알박기로 맞서 돈을 노린 한심한 행태라는 극심한 비난을 받았지만 마침내 완승을 거둔 인물이다. 한 독자는 “철거민의 한을 대변한 우핑은 시민사회의 힘을 세상에 보여주었다”고 평했다.
산시(山西)성 일대 벽돌공장에서 노예와 같은 강제 노동에 시달리는 자녀들을 구출하기 위해 발벗고 나선 ‘피해자들의 어머니들’, 멸종된 화남호랑이(華南虎)를 24년 만에 촬영했다는 한 농부의 사진이 가짜임을 밝혀낸 네티즌들도 10대 인물에 이름을 올렸다. 베이징 팡산(房山)구의 탄광에서 매몰됐다 130시간 만에 기적적으로 생환한 멍시앤천(孟憲臣), 멍시앤요우(孟憲有) 형제도 선정됐다.
중국의 ‘빌 게이츠’로 불리며 전자상거래 시장을 개척한 마윈(馬雲) 알리바바닷컴 회장은 홍콩 증시 상장을 통해 직원들을 억대 부자로 만들면서 통 큰 경영자로 부각됐다. 정계에서는 반세기 만에 첫 비공산당원 장관이 된 완강(万鋼) 과학기술부장, ‘민주주의는 좋은 것’이라는 논문을 통해 민주주의 논쟁을 불러일으킨 위커핑(兪可平) 공산당 중앙편역국 부국장, 공정한 사법질서를 위해 개혁적인 정책을 잇따라 내놓은 ‘개혁원장’ 샤오양(肖揚) 최고인민법원장이 뽑혔다
예술계에서는 농도 짙은 정사신으로 올해 중국 최대 흥행작으로 기록된 영화 ‘색ㆍ계’를 만든 리안(李安) 감독, TV 연속극 ‘사병돌격’에서 많이 배우지는 못했지만 임무를 맡기면 불굴의 의지로 이를 수행하는 가상의 인물 쉬산둬(許三多)도 중국인들이 사랑한 인물이었다.
이들을 살펴보면 올해 중국 사회가 인권과 시민적 권리를 쟁취하고, 허위가 판치는 중국 사회에서 진실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높은 점수를 주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 마윈 회장에 대한 평가에서 알 수 있듯 부동산 개발로 손쉽게 돈을 번 갑부들보다는 새 시장을 개척하고 직원을 생각하는 경영자들이 존경을 받기 시작했다. 올해 중국 사회는 양적인 성장보다는 질적인 내실을 추구했던 이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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