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전세계 경제의 4분의1을 차지하는 미국이 저성장, 고물가에 빠진다면 이 악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나라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높아지는 우려에 대해 18일 국내 전문가들은 “지나친 우려”라고 입을 모으면서도 “당분간 증시에는 좋지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했다.
■ 위기 전조인가
미국 경제의 둔화세는 이미 미 중앙은행(FRB)도 인정한 사실. 3분기 4.9%였던 미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4분기 1.1%(전분기 대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지난주 발표된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달보다 0.8% 올라 2005년 9월 이후 2년 여 만에, 생산자물가지수(PPI)는 3.2% 상승률을 보이면서 34년 만에 최고 오름세를 보인 것이 불안감을 키웠다.
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이 16일 “미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 초기 단계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한 데 이어, 블룸버그통신도 17일 JP모건스탠리 등의 경제 전문가 분석을 인용해 신용경색과 물가인상이 겹치면서 스태그플래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스태그플레이션은 일순 투자자들의 최대 화두가 됐다.
특히 급격한 인플레 추세가 증시의 구원투수로 여겨지는 FRB의 금리인하를 중단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투자심리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17일 뉴욕증시에 이어 18일 한국을 제외한 아시아 주요국 증시는 모두 약세를 보였다.
■ 기우인가
이에 대해 신영증권 이승우 연구원은 “과거와 다르다”고 주장한다. 60년대 이후 미국이 경험한 3차례 스태그플레이션은 모두 국제유가 급등 때문으로 최근과 비슷하지만 이번에는 공급 아닌 중국 등 신흥국의 수요 급증에 원인이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고유가는 미국과 다른 쪽의 글로벌 경제가 성장하고 있음을 의미해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하나대투증권 서동필 연구원도 “사실상 70년대 카터 행정부 이후 스태그플레이션은 없었을 정도로 쉽게 현실화할 상황이 아니다”며 “종합물가지표 4.3%는 분명 불안하지만 근원물가지표로 보면 물가는 여전히 안정적이고 이는 소비 위축으로 물가가 안정된 셈인데 그렇다면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현대증권 류용석 연구원은 다만 “연말 랠리에 대한 기대는 낮아질 것으로 예상돼 일시적으로 지수 1,800선 하회도 배제하기 어렵다”며 “그러나 국제유가가 재차 급등하지 않는 한 일시적 조정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지나치게 움츠릴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란?
경기 침체와 물가상승이 공존하는 경기 상태. 통상 경기 호황시 물가가 따라 오르는 것을 인플레이션으로 정의했으나 1950년대 이후 경기와 상관없이 물가가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이런 새로운 인플레 상황을 스태그플레이션이라 이름 붙였다. 팽창위주 경제정책과 독과점기업 주도의 물가상승, 인위적 또는 자연재해적 자원공급의 차질 등이 일반적 원인으로 꼽힌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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