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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앙금 털어내고 내일을 향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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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앙금 털어내고 내일을 향해 가자

입력
2007.12.20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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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대 대통령 선거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압승으로 막을 내렸다. 그는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를 크게 따돌리고, 1987년 민주화 이후 치러진 역대 대선 최대의 승리를 거두었다. 득표 차이가 이렇게 큰 것을 보면 국민 다수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의문의 여지가 없다.

대통령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자 축제임을 생각하면, 국가 최고지도자로 선택된 이 당선자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내고 기뻐할 만하다.

그런데 아직까지 말끔히 마음을 정리하지 못한 국민이 적지 않은 듯하다. 그러나 선거는 끝났다. 선거를 통해 드러난 민의를 가슴에 새기고, 선거 과정에서 생긴 감정의 앙금을 털고, 모두들 건강한 일상으로 돌아갈 때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민주화 이후 깨끗한 정치를 위한 노력이 결실을 보아 선거 때면 끊이지 않았던 금품ㆍ향응 제공 등 해묵은 부정(不正)은 많이 줄었지만 정정당당하게 자신의 강점을 부각하기보다 남의 흠을 파고드는 부정(不淨)은 더욱 심해졌다. 특히 'BBK 의혹'을 축으로 이 당선자에게 집중된 네거티브 공세는 혹독했다.

흔히 이번 선거가 '이명박 대 이명박', 또는 '이명박 대 반(反) 이명박' 구도를 띠었다고 지적됐듯, 그에게 얼마나 흠집을 내는지가 선거 승패의 최대 변수인 듯했다.

이에 따라 'BBK 의혹'에 대한 인식을 기준으로 유권자의 태도가 크게 엇갈렸다. 여기에 보수와 진보의 대결이 덧붙여지고, 과거보다 묽어졌지만 여전히 상당한 힘을 발휘한 지역정서까지 겹쳤다. 그 결과로 빚어진 사회의 분열과 대립이 여간 심각하지 않고, 그 후유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1)국민 아우를 통합의 리더십

따라서 이 당선자는 무엇보다 여러 갈래로 쪼개진 국민을 통합, 함께 내일로 이끌어 갈 화해와 조정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자신을 지지해준 국민은 물론, 다른 후보들을 지지한 국민들의 뜻까지 헤아릴 수 있는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 선거가 끝난 이상 지지자와 반대자로 가를 수 없는 국민만이 남았다.

물론 노무현 대통령의 실패 사례에서 보듯, 국민통합은 쉽지 않은 과제다. 대선이 끝났는데도 정국의 불안 요인으로 남은 BBK 특검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대선을 어지럽힌 이 당선자의 BBK 관련 의혹은 선거가 끝났으니 국민 관심에서 멀어지리라는 관측도 있다. 그러나 정권을 잃고, 정치적 기반마저 허물어질 위기를 맞은 신당이 정치세력으로서의 존망을 걸고, 내년 4월 총선 때까지 특검 정국에 집착할 가능성이 있다.

대선 참패 책임론 공방 과정에서 추진력이 떨어질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오히려 내부 위기를 대외 공세로 극복하려 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커 보인다.

개연성은 낮지만 2월25일 새 대통령 취임에 임박해 수사를 마무리할 특검이 검찰의 무혐의 결정과 다른 결과를 내놓을 경우 이 당선자의 기소 여부가 뜨거운 쟁점이 된다.

정치권은 물론 사회 전체가 심각한 갈등에 휘말린다. 심지어 일부 시민ㆍ사회단체는 이 당선자의 승리를 인정하지 않고 퇴진 운동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설사 특검이 무혐의 결론을 내리더라도 여진이 이어질 것임을 예고한 셈이다.

이런 사태를 어떻게 푸는 것이 국가 장래에 유익할지를 가리기란 결코 쉽지 않다. 따라서 사회 전체가 미리 해법을 고민해야 하고, 특검 자체의 타당성을 새로 가늠할 필요성까지 있다. 바로 이런 점에서도 정치권과 국민 모두 선거에서 드러난 민의를 되새기려고 노력해야 한다.

2)가슴이 따뜻한 실용적 사고

이 당선자는'경제 살리기'를 대선 공약 맨 앞에 두었다.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경력이 '경제 대통령'이미지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기도 했다.

이런 이미지는 현 정권의 경제운용에 대한 반감에 기초해 반사적으로 형성된 것이기도 하다. 정권 실세들이 실용적 사고보다 이념적 발상에 기울었다는 점이 각종 지표와는 동떨어진'경제 실정'이라는 평가를 불렀다. 이 때문에 국민은 실용적 사고로 성장잠재력을 최대한 깨워내라고 주문했다.

이런 국민의 기대와 달리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외여건은 불안요인이 많다. 석유를 비롯한 주요 원자재의 가격 상승, 미국의 경기 불안, 중국경제의 과열에 따른 긴축 기조 등이 모두 그렇다.

이런 환경에 적응하려면 연 7%의 경제성장 약속을 지키기 위한 인위적 경기부양 유혹을 떨쳐야 한다. 새로운 성장동력의 확보가 중요하지만, 성장만 이루면 양극화나 일자리 문제 등은 자연히 해결된다는 단선적 사고로는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어려움이 따른다.

선거과정에서 대기업과 중산층 위주의 경제공약을 지적하는 소리가 많았음을 잊어서도 안 된다. 설비투자를 활성화하고, 침체한 건축경기를 되살리는 등 경제의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노력과 함께 고용을 양적ㆍ질적으로 늘릴 확실한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이와 동시에 '시장 낙오자'의 기본적 삶을 보장하는 사회안전망 확충에도 공을 들여야 한다. 가슴이 따뜻하지 않은 효율 일변도의 경제정책으로는 국민 기대에 부응할 수 없다.

국민의 질책을 받아온 정부와 공공부문의 개혁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만들고, 민영화 등의 대안을 검토해 전면적 혁신에 들어가야 한다. 선거공약으로 제시한 경제정책의 타당성과 실행 가능성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3)무리한 공약은 접는 참 용기

이 당선자는 국민은 물론이고, 현 정권에 많은 빚을 졌다. BBK 논란이나 '자녀 위장취업' 문제 등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표를 몰아준 것은 현 정권에 대한 반감이 그만큼 간절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현 정권은 이 당선자의 훌륭한 반면교사다.

현 정권에 대한 반감의 바닥에는 도덕적 정당성 의식의 과잉으로 독선에 빠진 결과, 무리수에 집착하는 아집에 대한 차가운 시선이 있다. 기자실 폐쇄 등이 좋은 예다.

독특한 성장 배경과 여느 정치인과 다른 정치적 부상 과정을 들어 이 당선자에게서 비슷한 오류를 예측하는 사람이 많다. 이런 우려를 씻으려면 측근들에 에워싸여 국민의 소리에서 멀어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무리수가 예상되는 대표적인 예가 한반도 대운하 구상이다. 지금까지는 반대론에 대항하기 위해서라도 고집을 버릴 수 없었겠지만, 이제는 억지로 추진하기보다 장기 검토과제로 넘기는 게 낫다.

측근들의 이념지향성이 떨어져 비교적 합리적인 논의를 기대해 볼 수 있다지만, 대선 승리로 이들도 이 당선자에게 토를 달기가 어려워졌다. 그러니 주변의 의견으로 국민의 뜻을 헤아리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 당선자의 과제는 이 밖에도 숱하다. 스스로의 정책구상을 제대로 실현해 이 나라를 새로운 단계로 끌고 갈 수 있을지는 우선 그의 역량과 의지에 달렸다.

그러나 선거에서 지지한 국민은 물론 반대한 국민까지 믿고 따른다면 그의 어깨는 한결 가벼울 수 있다. 이 당선자의 결의와 다짐을 좇아 국민 모두 내일을 바라보기를 기대한다. 지도자와 함께 국민도 달라지는 것이 정권교체의 진정한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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