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18일 무소속 이회창 후보의 "공동정부 구성"제안에 대해 침묵으로 답했다. '침묵'은 거절을 뜻한다.
박 전 대표는 전날 두 번째로 삼성동 자택으로 찾아온 이 후보의 만남 제의에 "갑자기 찾아오셔서 손님을 맞을 여건이 안 된다"며 거절했었다.
한 측근은 "한나라당 경선을 통해 이명박 후보가 뽑혔고 박 전 대표는 이 결과에 승복했는데 지금 이 같은 결정을 바꿀 아무런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른바 '이명박 동영상'을 두고 측근들 사이에서 논란이 있었지만 검찰의 " 이 후보는 무관하다"는 수사 결과 발표를 뒤엎을 만한 내용이 아니라는 결론이 내려졌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의 상황을 보는 박 전 대표측의 심사는 복잡하다. 박 전 대표의 위상을 재확인시켜 준다는 점에서 최근 이회창 후보의 잇단 구애가 그리 싫지 만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선거 막판에 지지 후보를 바꾸라고 요구하는 것은 황당하면서도 불쾌하기까지 하다.
한 측근은 "지금 박 전 대표에게 도와달라는 것은 박 전 대표가 지켜온 원칙을 다 던지라는 얘기"라며 "가능한 일이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또 다른 측근은"선거를 하루 앞두고 지지 철회를 요구하는 것은 정치 도의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박 전 대표가 "정도가 아니다"는 발언 이후 명시적으로 이회창 후보를 향한 비판 발언을 내놓지 않는 것도 주목해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대선 이후에 상황이 달라질 수 있음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지금은 이명박 후보의 손을 들어주지만, 대선 이후 당내 갈등 재연 여부에 따라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모른다.
이런 가운데 이명박 후보는 이날 당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오늘 오전 박 전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유세 과정에서 열심히 일해 준 것에 감사한다'고 말했다"며 "박 전 대표와 '마지막 남은 하루 열심히 하자'고 약속했다"고 소개했다. 이회창-박근혜 연대설 등에 쐐기를 박고자 하는 의도가 엿보인다.
한편 18일 유세일정을 잡지 않았던 박 전 대표는 투표 당일인 19일에는 지역구인 대구 달성에 내려가 투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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