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황금나침반, '반지의 제왕'보다 현대화한 판타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황금나침반, '반지의 제왕'보다 현대화한 판타지

입력
2007.12.20 09:35
0 0

크리스마스 시즌 영화가 꼭 따로 있어야 할 필요는 없지만, 분위기가 분위기인 만큼 이마저 없었다면 허전할 뻔했다. 매년 연말 가족들과 함께 ‘영화로 떠나는 미지의 세계로의 모험’이 올해에는 없을 뻔했으니. <반지의 제왕> 도 끝나고 <해리 포터> 도 없는 자리를 라라(다코다 블루 리처드)가 절대반지 대신 황금나침반을 들고 나타났다.

공교롭게도 <반지의 제왕> 과 제작사(뉴라인 시네마)가 같다. 그래서인지 18일 개봉한 <황금나침반> 은 여러 가지로 <반지의 제왕> 과 비슷한 게 많다.

세상을 지배하는 ‘진실을 알려주는’ 황금나침반이 있으며, 열 두 살의 소녀 라라가 탐험가인 삼촌 아스리엘(대니얼 크레이그)로부터 운명적으로 그것을 받게 되며, 그것을 빼앗아 세상을 지배하려는 악녀 콜터 부인(니콜 키드먼)의 유혹과 위협 속에서 라라는 새로운 세상으로 원정을 떠난다.

때문에 어떤 모습과 움직임을 띠든 먼저 여행을 끝낸 <반지의 제왕> 의 기억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황금나침반> 은 그 기억을 억지로 부정하지는 않았다. 다시 한번 그런 모험을 떠난다고 즐겁고, 스릴 넘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여행자가 다르고, 가는 길이 다르고, 만나는 사람이 다르고, 시간이 틀린다면.

<황금나침반> 이 잡은 여행루트는 미지의 땅, 원시 밀림이 아닌 우주의 또 다른 세계. 그곳으로 가기 위해 공중을 나는 이색적이고 화려한 첨단 기구와 비행선이 등장하는 등 분위기가 다분히 현대적이다.

재미있는 것은 <황금나침반> 의 목적지. 영혼이 다른 동물의 모습을 한 ‘데몬’으로 존재하는 세상이 아닌, 인간 속에 영혼이 함께 존재하는 또 하나의 우주 속의 세계이다. 관객(우리 인간) 입장에서 보면 환상의 세계에서 시작, ‘현실’로 끝나는 이같은 역 방향의 모험은 영화로 하여금 그 긴 여정에 온갖 판타지를 가능하게 해준다.

데몬의 존재와 그것을 둘러싼 콜터 부인의 음모부터가 그렇고, 여왕 세라피나(에바 그린)로 대표되는, 늙지 않으며 마법을 부리며 하늘에서 라라를 돕는 헥스족이 그렇다.

이 영화가 자랑하는 새롭고 흥미로운 볼거리인 어마어마한 덩치의 사나운 곰 무리인 아머 베어족과 그 우두머리로 라라의 심복이 된 이오렉 버니슨의 복수전과 광활한 북극 설원에서의 액션 역시 <황금나침반> 만이 가질 수 있는 ‘환상’들이다. 이를 위해 영화는 720여억원을 컴퓨터그래픽에 쏟아 부었고, 인물의 매력을 위해 니콜 키드먼까지 끌어들였다.

크리스 웨이치 감독의 의도는 분명해 보인다. 영화 <황금나침반> 은 용기와 희생, 지혜와 충성이 어우러진 소녀의 새로운 세계(사실은 지구)로의 화려한 시각적 모험을 통해 가족과 인간사랑의 소중함을 이야기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이 매지스테리움으로 상징되는 원작의 종교적 색채와 비판의식을 희석시켰으며, 그것을 잃어버린 영화와 등장인물은 자기 정체성이나 고민 없이 한 소녀의 모험을 무작정 따라가는 단순함을 드러낸다.

<황금나침반> 은 세계적 베스트셀러인 필립 포먼의 3부작 소설 <히즈 다크 머티리얼스> 의 첫 편으로 그 서막인 셈. 곧 닥칠 거대한 전쟁과 모험을 앞에 두고 여행을 시작했으며, 식구들을 소개했고, 가는 길에 아이들로부터 영혼(데몬)을 떼어내려는 악의 무리들과 작은 전투를 벌였을 뿐이다. 이제 2, 3편이 1년을 시차로 차례로 이맘때 선을 보일 예정이다.

<황금나침반> 이 소문에 비해 실망스런 부분도 있지만, <반지의 제왕> 과는 또 다른 환상의 맛으로 적어도 내년 2편에 대해 더 큰 기대감을 갖게 만든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라라 역시 지금보다는 존재감이 더 깊어질 테니까.

이대현 기자 leed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