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저녁 행적이 묘연했던 무소속 이회창 후보가 그 시각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를 만나러 갔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후보는 16일 남대문 캠프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제가 그저께(14일) 경북지역 유세를 끝내고 잠시 상경해 저 혼자 박 대표 집에 찾아갔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정말 이 나라 미래를 위해서 아주 좋은 행동을 해주기를 진심으로 호소하고 싶어서 찾아갔다”면서 “그러나 만나지 못하고 그냥 돌아왔다”고 덧붙였다. 이회창 후보는 이명박 후보의 BBK 동영상와 관련해 후보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진 뒤 기자들과의 일문일답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을 공개했다.
이채관 수행부장에 따르면 이 후보 일행은 미리 박 전 대표측 수행비서에게 두 차례 전화를 했지만 통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밤 9시께 자택 앞에 도착했다고 한다. 이 부장은 “밖에 나와있던 집사를 통해 뵙기를 청했으나 ‘인터폰을 해도 박 전 대표가 안 받는다’고 해서 20~30분 머물다 그냥 돌아왔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정치권에선 이 후보가 후보 단일화를 위해 대통합 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 등을 만났다는 추측이 난무했다. 이 후보가 갑자기 포항 유세일정을 취소하고 오후 6시32분 동대구에서 KTX를 타고 서울로 올라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후보가 사전 약속도 되지 않았는데 돌출적으로 박 전 대표 집에 찾아간 경위와 관련, 이날 언론에 공개된 ‘BBK 동영상’과 연관이 있을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캠프 법률지원단장인 김정술 변호사가 이 후보의 귀경 소동 전날인 13일 동영상 CD를 가진 김모씨에게서 30억원을 달라는 전화를 받고 김씨를 직접 만난 만큼, 이 사실을 보고받은 이 후보가 박 전 대표에게 이를 알리며 지지를 요청하려 하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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