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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프리즘] 의료광고의 홍수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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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프리즘] 의료광고의 홍수 속에서

입력
2007.12.20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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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광고가 자유화된 요즘 신문을 펼치면 병ㆍ의원, 한의원 등의 광고가 심하다 싶을 정도로 많다. 일반 기업이 불경기로 광고를 줄이는 실정에서 볼 때 기현상이라고 하겠다.

광고를 통해 환자를 끌려는 목적도 있을 것이고, 남들이 다 광고하는 마당에 내 환자가 줄지 않을까 싶어 울며 겨자 먹기 심정으로 광고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넘쳐나는 의료 광고 속에서 혹시나 과대광고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의료 광고를 허용하는 대전제는 ‘그 효과가 객관적, 과학적으로 검증된 치료법만이 국민에게 전달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각각 협회 차원에서 광고를 심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들이 버젓이 광고에 등장하고 있다.

특히 척추 분야는 일반 병원 뿐 아니라 치과, 한의원 등도 광고를 무더기로 쏟아내고 있다. 허리 디스크에 걸린 사람은 너무나 많은 치료법에 정신을 차릴 수 없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방법이라는 것이 소개되고, 의사마다 자신의 방법이 가장 좋다고 목소리를 높이니 척추 전공의사들조차 감을 잡기 힘들 정도다.

비슷한 방법도 서로 다른 이름으로 광고되고 있어 더욱 헷갈린다. 예를 들어 척추를 잡아당겨주는 견인치료는 무중력 감압치료, IDD 치료 등 여러 이름으로 소개된다. 또 아직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을 ‘세계가 주목하는 치료법’ 등의 낯 간지러운 문구로 과장한다. ‘노인 맞춤수술, 여성 맞춤수술’ 등 흡인력 강한, 그러나 근거가 빈약한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런 광고는 멀쩡히 잘 사용되는 기존 치료법이 문제 있다고 비판하면서 자신들의 치료법의 장점만을 부각하는 경향이 있다. 현재의 디스크 치료는 너무나도 많은 길이 있어 어떤 길이 옳은 길인지 결정을 못 하는 다기망양(多岐亡羊)의 상태다.

광고는 본질상 약간의 과장이 불가피하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현행 의료 광고의 행태는 도를 넘어섰다. 가장 큰 문제점은 수술ㆍ시술법, 특효약의 장점만 부풀려 국민에게 주입하려 한다는 것이다.

어떤 의료행위도 장점, 밝은 면과 함께 단점, 어두운 면을 가지고 있다. 장점만 홍보하는 현행 의료 광고는 형평성이나 국민의 바르게 알 권리에 위배된다. 의료 과대광고의 피해자는 대부분 ‘빽없고’ 돈 없는 사람, 순진한 시골 사람, 판단력이 흐려진 노인인 경우가 많다.

의료 광고는 본래 취지대로 의료기관의 이미지 광고에 국한하고,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모인 학회의 객관적 검증 등을 통해 심의를 엄격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의료 광고의 홍수 속에서 피해를 보지 않으려면 올바른 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비결은 의외로 간단하다. ‘원칙에 충실하면서 정도(正道)를 따르는 것’이다.

디스크 치료를 예로 들면 가장 중요한 원칙은 ‘전체 환자의 80%에서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아도 한두 달 안에 증상이 호전된다’는 자연치유 원칙이며, 정도란 ‘검증된 치료법만을 선택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우리 모두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광고를 하지 않는 의료기관 가운데 실력있는 병원이 많다는 사실, 나아가 광고하지 않고 묵묵히 환자를 돌보는 병원이 더 실력있는 병원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공자는 ‘말을 잘 하고(巧言), 얼굴빛을 좋게 하며(令色), 달콤한 말을 하는 재주’를 가장 싫어하셨다고 한다. 교언영색, 혹세무민(惑世誣民)하는 의료 광고의 홍수 속에서 환자 스스로 정신을 바짝 차리고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이춘성ㆍ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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