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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의 힘…만리포 제 색깔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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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의 힘…만리포 제 색깔 찾아간다

입력
2007.12.20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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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자들의 거대한 물결이 ‘태안의 기적’을 만들어 가고 있다. 원유유출 10일째인 16일 검게 변했던 태안 해수욕장 해변은 하얀 속살을 드러냈고, 악취도 많이 사라졌다. 아직도 손길이 미치지 못한 절벽이나 섬들에는 기름이 남아 있고, 생태계 파괴로 인한 2차 피해가 우려되고 있지만 1차 오염원을 신속히 제거하고 있다는 점에서 희망적이다.

이날 오후 충남 태안군 소원면 만리포해수욕장. 원유유출 사고 직후 새카맣던 백사장은 본래의 색깔을 되찾기 시작했다. 발목이 빠질 정도의 기름 뻘로 둔갑했던 길이 3km, 폭 250m의 모래사장은 겉으로는 제 모습을 찾았다.

검게 변했던 파도는 비취색으로 돌아와 모래사장에 하얀 포말을 일으켰다. 코를 찌르던 원유 냄새도 사라졌다. 더 이상 볼 수 없을 것만 같았던 게도 몇 마리씩 돌아다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사고 이후 초등학생부터 노인, 장애인, 외국인 등 총 10만5,000명의 자원봉사자들이 기름과의 전쟁 끝에 일궈낸 기적이다. 방제작업을 지원하기 위해 온 미국해안경비대 조셉 로링 소령은 이처럼 빠르게 기름을 제거한 데 대해 “대단하다(incredible)”며 감탄사를 연발하기도 했다.

참혹했던 천리포와 학암포, 신두리 해변도 점차 살아나고 있다. 접근이 어려워 복구손길이 제대로 닿지 않은 해안 암벽과 자갈밭에는 아직 기름이 남아있다. 하지만 해경이 해수욕장에 배치했던 군 병력을 16일부터 방제 사각지대에 집중투입하면서 조금씩 변하고 있다.

9일부터 만리포해수욕장에서 봉사활동 중인 장희수(53ㆍ충남 천안시)씨는 “처음에는 엄청난 기름을 치우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게 느껴졌지만 백사장의 색깔이 조금씩 변해가는 것을 보며 희망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친구 3명과 함께 온 이다영(14ㆍ서울 숙명여중 2년)양은 “우리의 조그만 노력이 재앙을 극복하는데 보탬이 되고 태안 주민들께도 힘이 된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생각보다 빠른 복구에 자포자기했던 해수욕장 상인과 어민들도 희망을 찾기 시작했다.

만리포해수욕장 앞 서해횟집 종업원 김은실(52ㆍ여)씨는 “자원봉사자의 노력이 정말 고마워 앞으로 손님들에게 더 친절하게 서비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와 생태 전문가들은 기름방제작업과 함께 체계적인 생태계 복구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산ㆍ태안환경운동연합 이평주 사무국장은 “기름이 갯벌과 백사장 속에 깊이 스며들어 생태계에 지속적으로 2차오염을 유발할 수 있다”며 “과학자, 환경단체와 함께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피해 복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해경은 이날까지 지금까지 수거한 폐유가 1,786톤, 흡착 폐기물이 1만1,304톤으로 이중 바닷물과 이물질 등을 제외한 순수 폐유량은 3,090톤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는 전체 유출량 1만500톤의 28.5%이다. 해경 관계자는 “원유는 휘발성이 강한 경질유가 30∼50% 섞여있어 대기 중에 자연 휘발된 양까지 계산하면 전체 유출량 가운데 70% 이상이 제거됐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태안=이준호 기자 junh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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