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 하소연한다고 공연장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체육관과 대학교 공연장의 콘서트를 즐기는 수밖에 없네요.”
한 대중음악 공연 기획자의 푸념이다. 최근 들어 대학로 인근 중ㆍ소형 공연장들이 연극과 뮤지컬 위주로 돌아서면서 수백 석 이하의 규모로 공연해야 하는 대중 음악인들의 설 자리가 부족해지고 있다.
여기에 실력 있는 해외 인디 뮤지션들의 내한이 증가하면서 상대적으로 공연장 확보가 쉬운 ‘체육관’ 규모의 대형 공연을 제외한 중ㆍ소규모 콘서트들이 막을 올리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순수예술을 위한 공연장 건설에만 집중하고, 대중음악을 위한 중소형 공연장은 외면하는 정책적인 문제도 이면에 담겨있다.
최성지 상상마당 팀장은 “스탠딩으로 관객을 채울 땐 300명, 좌석으로 채우면 150석 정도의 라이브 홀의 내년 초 대관 예약이 휴관일인 월요일을 제외하고 이미 꽉 찼다”며 “200장 내외의 티켓을 팔면 되는 인디 밴드들은 갈 곳이 없으며 클럽수준이 아닌 진짜 무대를 갖춘 공연장을 찾기가 이들에겐 쉽지 않다”고 말했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한 공연장 관계자는 “3,000~4,000명 정도의 관객이 예상되는 공연은 체육관에서 가능하지만, 그 이하는 사실 선택할 수 있는 공연장이 몇 안 된다”며 “객석 1,000명 정도의 공연장들도 대부분 음향시설을 빌려서 충당하고 있어 수준 높은 공연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전문적인 중ㆍ소형 콘서트 공연장이 풍부하지 않다 보니 대형공연에 더욱 관객이 집중되는 공연시장의 왜곡도 심해진다. 외국에선 인기 가수들도 작은 라이브 홀에서 공연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에선 마땅한 장소를 찾기가 쉽지 않고, 대관 환경이 좋지 않아 대형 공연 위주로 몰려가는 실정.
가수 이승환은 “일본의 아주 작은 공연장에서도 우리나라의 어지간한 공연장 못지않은 사운드를 경험할 수 있었다”며 “그만큼 공연장 환경도 좋고, 스태프들의 숙련도가 뛰어났다”고 말했다.
다행히 최근 민간 자본에 의한 중ㆍ소 규모 공연장이 속속 들어서고 있어 부족하나마 무대를 원하는 뮤지션들이 숨통을 트고 있다.
일본의 유명 라이브 하우스 ‘시부야 악스’의 운영 노하우를 도입해 한일 공동 투자로 만들어진 2,000여 석 규모의 멜론 악스를 비롯해 클럽 캐치 라이트와 가수 신해철이 함께 세운 홍대의 고스트 시어터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신해철은 “현재 국내 록 공연 시장은 과거에 비해 상당히 호전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유명 록 밴드가 탄생한 것은 아니지만 록 공연 자체를 즐기는 수요가 상당히 늘고 있는 만큼 공연장 환경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명석 객원기자 lennone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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