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고모(44)씨는 요즘 밤잠을 설친다. 2년 전(2005년 12월) 주택을 사면서 연 5.29% 금리로 2억원을 빌렸는데, 어느새 6%대 후반에 육박해 올 들어서만 연간 이자부담이 116만원이나 늘었기 때문이다. 단순비교하면 2년 새 이자가 연 300만원 가까이 뛴 셈.
더구나 최근 금리 오름세가 반영되면 내년 1월부터 7%대 고지를 밟을게 확실한데다, 12월부터는 원금까지 함께 갚아야 한다. 그는 "당시 수도권 집값이 무섭게 뛰길래 덜컥 집을 샀는데 이자 급등에 원금 상환까지 겹쳐 죽을 맛"이라고 하소연했다.
#회사원 신모(36)씨는 최근 이직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직장 생활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2005년 1월'변동금리 3년 거치 균등분할' 방식으로 은행에서 2억원을 빌려 산 아파트 때문이다.
금리상승으로 이자 부담이 월 20만원 이상 늘어난 데다(108만원) 내년 2월부터는 98만원의 원금을 더 내야 한다. 그는"월급은 늘지 않는데 은행 빚은 눈덩이처럼 늘어 한푼이라도 더 주는 업체로 가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고 씁쓸해 했다.
가계와 기업에 돈이 말라가고 있다. 시중 유동성이 2,000조원을 넘는다는데 정작 은행은 극심한 예금이탈로'돈 가뭄'에 시달리는 기이한 상황을 맞고 있다. 대출 재원을 조달하지 못한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에 이어 가계 대출까지 사실상 중단(본보 15일자 1면)하면서 가계와 기업의 연말 자금대란이 심각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문제는 반전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다 내년엔 더 큰 충격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 예금증서(CD) 금리 상승→대출 금리 상승'의 지칠 줄 모르는 악순환에'우대금리 잠정 중단 및 가산금리 인상'까지 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이나 가계로선 설상가상의 혹독한 겨울돈가뭄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다.
특히 내년부터 원금 상환을 시작하는 2005년도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최대 21조5,000억원으로 추정돼 대출자들은 당장 내년 1월부터'빚 폭탄'에 시달려야 할 판이다. 신용대출 금리마저 올라 돈을 임시변통 할 곳도 마땅치 않다.
일각에선'한국판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까지 걱정하고 있다. 빚을 감당하지 못해 연체가 늘어나고 덩달아 주택 가격 거품까지 빠지면 걷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 경제도 경기 침체속 고유가 등으로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6일 "대출이자 부담 증가가 최근 주택경기 부진과 맞물려 가계 부문의 심각한 신용위기를 낳을 수도 있다"며 "중소기업의 신용경색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은행의 자금난이 중소기업 및 서민의 고통으로 전가되고 있다"며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아니더라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신용이 낮은 대출자들을 중심으로 극심한 자금난을 겪고, 한계선상에 몰려있는 중소기업들의 부도 사태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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