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정확히는 참여정부에 대한 실망과 경제 살리기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17대 대선의 승부를 갈랐다. 특히 선거막판 공개된 ‘이명박 동영상’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압도적 승리로 나타난 것은 밑바닥의 정권 교체 요구가 그만큼 강렬했다는 의미다.
대선에서 승리한 이 후보는 지난해 10월 이후 여론조사에서 한번도 1위 자리를 놓지 않았다.
이는 참여정부의 실정으로 민심이 이반하면서 이번 선거가 처음부터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에 책임을 묻는 성격을 띠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도 “이번 대선은 후보의 정책과 비전을 보고 평가하는 ‘전망적 투표’보다는 현 정권에 대한 평가로 후보를 선택하는 ‘회고적 투표’ 성향이 강했다”고 입을 모은다.
이런 가운데 이 후보가 이번 선거 최대의 화두로 떠오른 경제 이슈를 일찌감치 선점한 것이 승리의 1차 요인이었다. 이는 이 후보가 청계천 복원, 대중교통체계 개편 등 서울시장 시절의 가시적 성과와 ‘샐러리맨 신화’로 대표되는 경제지도자 이미지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김민전 경희대 정치학과 교수는 “민주화 탈냉전 등 거대담론이 투표의 기준이었던 역대 선거와 달리 이번엔 경제 프레임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작용했다”며 “이 후보는 이런 점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후보가 실용과 중도를 내세우면서 수도권과 20, 30대에서 지지층 외연을 확대한 것도 승리의 원동력으로 꼽혔다. 강원택 숭실대 정치학과 교수는 “강경 대북 정책, 대미 일변도 외교, 반공 이데올로기 가치관 등 시대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다는 보수의 부정적 이미지에서 벗어나 보수를 실용적이고 중도적 형태로 변화시킴으로써 과거의 노무현 지지자까지 끌어들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최대 표밭인 수도권의 경우 이 후보가 시장 시절 시민들로부터 높은 업무 수행 지지를 받았던 것이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선거 초반부터 형성된 ‘이명박 대세론’과 정권 교체에 대한 강한 열망이 네거티브의 약효를 무디게 만들었다는 분석도 있다.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 편에서 주관적으로 판단하는 이른바 ‘블라인드 효과’가 강하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마치 1997년 대선의 ‘초원복국집’ 사건을 연상시키는 ‘이명박 동영상’은 오히려 보수표 결집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드러났다.
운도 뒤따랐다. 네거티브 공세가 최고조에 달할 때쯤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인질사태, 남북 정상회담 개최 등 외부변수로 국면이 전환되곤 했다. 자칫 치명적일 수 있었던 자녀위장취업 문제도 ‘헛방’으로 확인된 BBK 공세 국면에 묻혔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