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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년만에 서울대생 배출 폐광촌 '희망의 금맥' 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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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년만에 서울대생 배출 폐광촌 '희망의 금맥' 캤다

입력
2007.12.20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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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광촌의 한 작은 학교에 ‘희망의 싹’이 피어 올랐다. 1966년 문을 연 강원 정선군 함백종합고교에서 개교 41년만에 처음으로 서울대 진학자가 나왔다.

14일 오후 6시10분, 집에서 가슴 졸이며 2008학년도 서울대 수시모집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던 전연호(18)군의 휴대폰이 울렸다. “연호야, 합격이다!” 합격 소식을 알리는 담임 전찬수(47) 선생님의 외침에 전군은 가족들에게 씩 웃음을 지어 보였다. 전군은 지역균형선발 전형으로 서울대 사회과학계열에 입학할 예정이다.

사교육 일체 안 받아

전군은 수학능력시험에서도 언어, 사회문화, 경제지리 등 3개 영역에서 1등급, 수리와 한국지리에서 2등급을 받아 서울대의 최저학력기준을 가뿐하게 통과했다.

도회지 상위권 학생들보다 뛰어난 성적은 아니지만 이 같은 성적이 나오기까지 전군이 거친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무엇보다 교육 여건이 열악했다. 교사가 14명 밖에 되지 않아 국사, 과학 등 일부 과목은 전공자가 아닌 교사에게서 배웠고, 부족한 내용은 EBS 동영상 강의로 충당했다.

더구나 전군은 학생수 감소로 인한 내신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다. 함백종고는 전교생이 51명인, 해마다 ‘폐교’가 거론되는 학교다. 올해 3학년 인문계반 학생도 10명에 불과하다. 때문에 14명 이상이 돼야 내신 1등급 적용이 가능한 서울대 입시 규정에 걸려 전군은 3학년 1학기까지 전 과목 1등을 했음에도 내신은 2등급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지리적 위치와 넉넉치 못한 가정 형편 탓에 전군이 사교육을 받지 못한 것은 물론이다. 전군은 “학교 보충수업과 자율학습을 충실히 했고, 문제집을 많이 풀어봤다”고 말했다.

전군은 함백중 3학년 때 다른 친구들처럼 강릉, 원주 등지의 지역 명문고로 진학하려 했다. 그러나 전군은 “여기에서 한 번 해 보자. 넌 할 수 있다”는 선생님들의 설득과 당시 할머니의 병환으로 어려워진 가정 형편을 고려한 끝에 함백에 남았고, 3년 뒤 결국 일을 냈다.

지역사회에 꿈과 희망 줘

학교 선생님들과 동문들의 아낌없는 지원은 ‘변방의 기적’을 일궈낸 밑거름이 됐다. 전군이 고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함백종고 교사들은 예비 합격생들을 모아 놓고 열정적으로 가르쳤다. 서승만 교장도 수학 보충수업에 직접 나섰다. 동문회 등은 “보충수업 비용에 써달라”며 연 500만원을 지원했다. 덕분에 전군은 학업에 전념할 수 있었고, 성적도 쑥쑥 올랐다.

함백종고가 있는 신동읍은 1980년대 말까지 주민이 5만6,000여명에 달할 정도로 번성했지만 폐광촌이 된 뒤 지금은 4,600여명만 남아 있는 상태다. 계속되는 인구 유출로 지역 분위기가 말이 아니었다. 그러나 전군의 서울대 진학이 지역사회에 희망을 주고 있다. 전군의 담임 교사 전찬수씨는 “2학년 학생들이 큰 자극을 받았고, 중3 학생들도 함백에 남으려는 분위기”라며 “전군의 합격이 소외된 아이들에게 꿈이 되고, 지역에 깃든 패배주의를 쓸어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함백탄광에서 12년간 일하다 지금은 인근 철광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전군의 아버지 전종택(52)씨도 “시골에서 희망의 싹이 텄다”며 기뻐했다. 전군은 “수능에서 영어를 3등급 밖에 받지 못해 겨울방학 동안 영어공부에 전념할 계획”이라며 “사회과학을 공부해서 세상을 보는 안목을 넓혀갈 생각”이라고 담담하게 합격의 기쁨을 표현했다.

◆서울대 지역균형선발전형

지역간 학력 불균형 해소를 위해 소외 지역에 혜택을 주는 제도다. 응시자는 소속 고교장의 추천(학교별 3명 이내)을 받아 지원하고 교과성적(학생부, 80% 반영)을 중심으로 서류평가, 면접 및 구술고사 점수가 단계별로 반영된다. 단, 최종합격자는 모집단위별 지정 영역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4개 영역 중 2개 영역 이상 2등급 이내)을 충족해야 한다.

정선=글ㆍ사진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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