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16일 특검법 전격 수용에는 이날 공개된 ‘이명박 동영상’이 직접적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후보를 제외한 모든 후보들이 “이 후보가 거짓말을 했고, 그의 무혐의를 발표한 검찰 수사가 잘못됐다”며 이 후보의 ‘즉각 사퇴’를 공개적으로 촉구하고 나서면서 사흘 남은 대선정국이 다시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한나라당 지도부는 “특검법 수용을 검토하고 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오보”라며 가능성을 일축했었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법무부장관에게 BBK사건에 대해 검찰 재수사를 지시하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변해갔다.
더욱이 국회에선 17일 특검법안을 처리하려는 신당측과 이를 저지하려는 한나라당간의 대치로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한나라당은 끝까지 특검안법을 물리적으로 저지하려는 모습을 보여주면 국민에게는 “이명박 후보측이 뭔가 숨기려 한다” “뭔가 캥기는 것이 있는 모양이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
이날 밤 긴급 소집된 최고위원회의에서 “당당히 특검을 받아야 한다”는 건의가 이어졌다고 한다. 결국 한나라당은 특검법 수용쪽으로 의견을 모았고 TV토론을 마친 이 후보도 수용했다. 이 후보측 관계자는 “특검이든 뭐든 자신 있다”며 “검사 십수명이 달라붙어 아무 것도 나오지 않은 사건에 특검을 한다고 달리 나올 게 없지만, 정치공세라는 관점에서 반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후보의 수용 발표가 특검법의 국회 합의 통과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신당측은 자신들이 제출한 원안대로 통과를 주장하고 있지만, 한나라당은 다시 합의할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간 특검법 내용 조정에 따라 유동적이지만 현재 신당측이 제출한 안대로라면 특검은 내년 1월 수사에 착수해 40일간 수사를 실시한다. 다시 말해 당선자의 취임 이전에 수사 결과가 나온다는 얘기다. 신당측에서는 이런 점을 들어 “이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바로 탄핵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대선까지 남은 이틀간 신당과 이회창 후보측은 이런 점을 십분 부각 시키면서 이명박 후보를 거세게 몰아붙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애당초 신당이 이명박 특검법을 제출한 데는 ‘4월 총선’을 염두에 둔 측면이 많다. 한나라당이 집권한다 해도 특검이 내놓는 수사 결과에 따라 총선 정국은 크게 출렁일 가능성이 많다. 신당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더라도 출범 전부터 당선자를 흔들며, 총선 정국까지 BBK공방을 최대한 이어가려 할 것이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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