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 고용정책이 겉돌고 있다. 정부 정책의 실효성이 부족한데다, 기업들이 경영 부담 등을 이유로 외면하기 때문이다. 고령자 일자리 문제는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 사회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핵심 열쇠여서 정부와 기업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대두되고 있다.
외면 받는 고령자 인턴십
노동부는 올 해 일종의 고령자 인턴십 제도인 ‘고령자 뉴스타트 프로그램’을 야심차게 추진했다. 이 프로그램은 만 50세 이상의 고령 실업자가 중소기업에서 일정 기간 일하며 업무 적응 훈련을 한 뒤 능력을 인정 받으면 해당 기업에 취업할 수 있는 제도다.
그러나 성과는 형편없다. 8월 시행이후 넉 달이 된 11월 말 현재 이 프로그램을 이용한 업체는 81곳에 불과하며 연수를 받은 고령자도 고작 271명이다. 당초 노동부는 연말까지 900명의 고령자가 연수를 받게 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현재로선 목표의 절반도 채우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과 고령자가 이 프로그램을 외면하고 있는 이유는 연수생에게 지급되는 수당이 너무 적고, 중소기업들은 고령자 교육에 적지 않은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다. 고령자 연수생이 하루 4~8시간 일하면서 받는 돈은 정부가 고용보험 기금에서 주는 20만원이 전부다. 기업들은 “고령자 연수생에게 근무 시간의 10%를 교육에 할애해야 하는데, 전문 인력과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예산이 빠듯해 수당을 올리기는 어렵다”며 “기업의 연수생 교육을 근무 시간의 5%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명무실해진 고령자 기준고용률
노동부가 2001년부터 시행한 고령자 기준고용률 제도도 기업들이 기피하는 바람에 유명무실하다. 노동부가 지난해 근로자 300명 이상을 둔 1,950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고령자 기준고용률 이행 현황을 조사한 결과, 절반이 넘는 988곳(50.7%)이 기준고용률을 채우지 못했다. 고령자 기준고용률은 기업이 만 55세 이상의 고령자를 채용하는 비율이다.
고령자고용촉진법에 따르면 제조업은 전체 근로자 중 2%, 운수업ㆍ부동산업은 6%, 기타 산업은 3% 이상의 고령자를 고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노동부 조사에서는 근로자 1,000명 이상 사업장 469곳 중 273곳(58.2%)이 기준고용률에 미달했고, 특히 통신업은 조사 대상 업체의 90%가 기준고용률을 안 지켰다. 기업들이 이처럼 소극적인 것은 기준고용률을 위반한 기업에 대한 처벌 조항이 없으며 준수하는 기업에게도 별 다른 혜택이 없기 때문이다.
재계 반발 큰 연령차별금지제도
기업이 근로자의 모집ㆍ채용ㆍ승진 등 고용의 모든 단계에서 나이를 이유로 한 차별은 안 된다는 내용의 연령차별금지제도에 대한 기업들의 반발도 크다.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될 이 제도의 가장 큰 목표는 고령자의 고용 안정과 연장이다. 재계는 그러나 “또 다른 기업 규제”라며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나이와 근속연수가 오래 될수록 무조건 높은 임금을 받는 연공서열형 임금제도를 그대로 둔 채 연령차별금지제도를 강행한다면 인건비와 인사적체 등 기업 부담만 커져 오히려 고령자의 고용 기회가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일환 기자 kevi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