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당선된 것은 10년만의 정권 교체를 넘어 한국사회 패러다임 교체를 의미한다
건국과 산업화를 지나 민주화 화두가 지배해 오던 한국 사회는 그의 당선으로 선진화와 실용주의, 실사구시적 가치가 지배하는 새로운 사회로의 전환을 목전에 두고 있다. 민주화란 목적지를 지난 대한민국호가 이명박이라는 선장을 맞아들여 새로운 목적지를 향해 선수를 돌리고 있는 셈이다.
대선과정에서 유권자들은 공허한 이념 논쟁에 손을 내저었다. 그 어떤 장려한 정치적 수사도 ‘먹고 사는 문제’ 앞에서는 힘을 잃었다. 유권자들은 “일 잘 할 사람”, “나라를 발전 시킬 사람”을 찾았다. 양극화, 실업대란, 사교육비가 옥죄어온 민생은 뭔가를 해낼 리더십을 갈망했다.
이 당선자는 경선과 선거기간 내내 검증대에 선채 철저히 발가벗겨졌다. 그를 둘러싼 도덕성 논란은 차라리 민망할 정도였다. 하지만 도덕적 프레임은 국민이 그려놓은 능력 프레임을 넘어서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의 과제는 이 같은 시대와 국민의 기대로부터 출발한다. 이 당선자는 이에 부응해야 한다.
이에 따라 이명박 정부는 철저히‘실용’과 ‘효율’이라는 두 축이 만들어내는 좌표를 따라 국정을 운영해 나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우선 이 당선자는 공공부문 개혁을 통해 효율적 국가 운영 시스템 구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민생 경제 지표를 끌어올리기 위한 여러 조치도 출범 직후부터 가시화할 전망이다. 이 당선자 본인이 정부 출범 직후 해외 투자 유치 등에 직접 나서며 CEO출신 대통령으로서의 행보를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이 당선자는 도덕적 상처를 안고 출발점에 서 있다. 특검법은 출범하는 새 정부의 정통성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 내년 4월 총선을 전후해선 한나라당 내 갈등이 불거질 것이란 관측도 많다. 민생 경제 회복에 대한 과도한 기대도 그가 넘어서야 할 장애물이다. 만만찮은 과제를 짊어진 채 무수한 장애물이 가로막은 트랙을 앞에 두고 있는 게 이 당선자의 현주소다.
이 당선자에 대한 또 다른 국민적 요구는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해 달라는 것이다. 지역으로 갈라지고, 개혁 세력의 이른바‘패거리 정치’에 멍든 국민들을 한 데 묶어내야 하는 과제를 이 당선자는 떠안게 됐다. 이 당선자의 다양한 경력에서 그런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이 당선자는 풀빵 장수, 청소부도 해봤고, 대기업 CEO와 서울시장도 지냈다. 영남 출신임에도 지역적 색채가 도드라지지 않는다.
이 당선자는 이번 대선에서 역대 어느 보수 후보도 거두지 못한 의미 있는 득표를 수도권 등지에서 이뤄냈다. 보수 후보라면 손사래를 치던 20~30대는 이명박 당선자의 주된 지지기반이 됐다. 그에게서 통합의 미래를 읽을 수 있는 이유다.
이명박 정부 5년 기간에는 동북아를 포함한 세계사의 큰 지각 변동도 예고되고 있다. 따라서 민족사적 전환기에 대처해야 하는 임무 역시 떠안게 된다. 이명박 정부가 짊어질 짐은 역대 어느 정부의 그것보다 무겁고 중차대하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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