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의 'BBK 설립 발언' 동영상 협박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 결과 발표에서 협박범들이 주요 대선 후보 진영에 거래를 제안한 구체적 정황이 확인됐다.
하지만 특정 정치 세력과의 사전 조율 등 정치권에서 논란을 빚고 있는'배후'여부에 대한 수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정치권 공모 정황에 대해서는 "더 수사하겠다"는게 경찰 입장이지만, 홍성삼 서울 마포경찰서장이 브리핑에서 "(더 조사해도)없는 듯하다"고 밝히는 등'한탕 범죄'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마포경찰서는 이날 이 후보의 BBK 관련 강의 CD를 넘기는 대가로 30억~100억원의 돈을 요구한 김모(54)씨와 여모(42)씨 등 3명에 대해 공동공갈 혐의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이 밝힌 이들의 CD 거래 시도는 시민사회단체 대표까지 개입하는 등 첩보영화를 방불케 했다. 김씨와 여씨는 10일과 12일 한나라당, 대통합민주신당, 이회창 후보캠프 등에서 "다 나온 얘기" "대세를 못 바꾼다"등 이유로 퇴짜를 맞자 한 시민단체 공동대표인 이모씨를 만났다.
이씨는 "신당에 CD를 넘겨주는 순간 외국에 나가야 한다. 바보짓 말고 도움 줄 곳은 한나라당 밖에 없으니 내게 넘겨라"고 말했다. 이씨는 이들에게 음성CD를 받았지만, 이씨가 정치권과 어떤 관계에 있는지에 대해 경찰은 밝히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 등은 14일과 15일 한나라당 관계자에게 요구 금액을 100억원, 60억원, 30억원으로 깎아주고 '신당에 자료를 넘기겠다'고 협박하는 등 체포 직전까지 어떻게 해서든 CD를 팔려고 몸달아 했다"고 전했다.
한편 이들이 오래 전부터 CD 거래를 시도했던 정황도 드러났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옛 경선캠프 핵심 관계자는 "경선 때 내용을 보지는 못했지만 이명박 후보의 광운대 강연 동영상 문제로 고민을 많이 했다"며 "그 쪽에서 엄청 비싼 값을 불렀고, 돈 거래는 안된다는 캠프 방침에 따라 거절했다"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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