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근무태도가 불량한 직원에게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곳에서 구호를 외치도록 한 것은 인격권을 침해한 부당한 징계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 민중기)는 17일 운전기사 심모씨에게 구호 제창 징계를 내렸다가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재심 판정을 받은 시내버스 회사 A사가 낸 부당징계구제 재심판정 취소청구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A사는 지난해 11월 심씨의 운행 태도 등을 문제 삼아, 차고지에서 ‘고객 친절’ ‘복장 단정’ 등의 구호를 외치는 8시간의 봉사활동을 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심씨는 회사 측의 명령을 거부했고, A사는 심씨를 고정 차량기사에서 비고정 차량기사(예비기사)로 전환 조치 하는 한편 정직 3일의 징계를 내렸다. 이에 심씨는 중노위에 재심신청을 냈고 중노위가 올 7월 “회사 측의 봉사명령과 전환명령, 정직이 징계재량권을 남용한 것으로 부당하다”고 결정하자, A사는 불복해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직원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차고지에서 혼자 여러 차례에 걸쳐 구호를 제창하게 한 것은 사업장 내의 질서 유지 수단으로서 적절하지 않을 뿐 아니라, 근로자가 지닌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것으로 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봉사활동 지시가 부당한 이상, 그에 대한 거부를 징계사유로 삼은 정직과 전환명령 또한 부당하다”고 덧붙였다.
전성철 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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