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요타자동차는 최근 렉서스 LS460L의 신형 모델 가격을 기존보다 2,000만원 내린 1억4,300만원에 책정했다.
미국 일본보다 2배 가량 비싼 거품가격을 고집해온 도요타였기에, 가격 인하는 시장에서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졌다.
도요타가 신형 모델 가격을 내린 이유는 지난달 중순부터 수입차 병행사업에 나선 SK네트웍스를 견제하기 위해서다.
SK가 동일 모델을 1억4,400만원에 내놓자, 이보다 가격을 낮춘 것이다. 이에 뒤질세라 SK는 1,000만원을 더 내리는 초강수를 뒀다.
SK네트웍스가 수입차 사업에 뛰어든 지 한달 만에 벌어진 시장 풍경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SK가 ‘그레이임포터’로 불리는 소규모 수입 병행업자들과 달리, 자본력과 인력을 앞세워 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하면서 수입차 업계가 요동하고 있다.
SK네트웍스가 판매 중인 수입차는 메르세데스 벤츠 S600,S550,E350, BMW 750Li,535i,335i, 아우디 A8 4.2QL,A6 3.2Q, 렉서스 LS460, 도요타 캠리 3.5 V6 등 10개 모델.
가격은 풀옵션 기준 벤츠 S550 모델이 1억7,650만원으로, 기존 딜러를 통해 살 때의 가격(2억660만원)보다 15%(3,010만원) 가량 저렴하다.
사정이 이쯤 되자 수입차 업체들도 고가 정책에서 탈피해 거품 제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그 동안 국내 소비자들을 우습게 여긴다는 비판을 받아온 한국토요타다.
SK네트웍스가 국내에서 판매하지 않던 렉서스 LS460L 5인승 모델을 20대 들여오자, 한국토요타도 즉시 본사에서 동종 모델을 도입하는 등 돌아서는 소비자들을 붙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SK는 수입차 병행수입 한달 만에 110여대의 판매실적을 올렸다. 메르세데스 벤츠 S550이 가장 많이 팔렸고, 렉서스 LS460L, BMW 750i 등 대형 세단 판매 비중도 높다.
이런 추세라면 연말까지 목표로 잡았던 150대 판매가 무난할 전망이다. 내년 목표는 2,500대로 잡았다. 현재 매장 방문 상담건수만 1,500건으로, 일부 인기 차종은 내년 3~4월이나 인도가 가능하다.
그 동안 수입차 업계의 눈치만 보던 정부 당국도 가격 담합행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SK의 병행수입에 대해 다른 수입차 업체들이 가격담합 등 공동 대응에 나섰다는 제보에 따라 벤츠, BMW, 렉서스, 아우디 4개 회사의 한국지사를 방문, 판매 가격과 관련된 각종 문서와 직원들의 이메일까지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그 동안 별다른 견제 없이 폭리를 취했지만, 이제 가격 인하는 어쩔 수 없는 대세”라면서 “담합을 통해 대응하기보다는 각 업체별 사정에 맞게 가격을 내리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유인호 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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