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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기름유출 대재앙/ 삽·쓰레받기·양동이… 속 터지는 '헝그리' 방제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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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기름유출 대재앙/ 삽·쓰레받기·양동이… 속 터지는 '헝그리' 방제작업

입력
2007.12.14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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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본부 책상머리에 앉아있는 높은 양반들이 현장에 뭐가 부족한지 알기나 하겠슈?”

원유유출사고 4일째인 10일 충남 태안군 소원면 만리포해수욕장 주변은 육ㆍ해ㆍ공 입체 방제작업이 펼쳐졌다. 하늘에선 헬기가, 해상에선 방제정들이 대포처럼 하얀 유처리제를 살포하며 검은 기름띠와의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육지에서 전투는 거의 맨손으로 이루어졌다. 이날 육상 방제에 동원된 인력은 8,800명에 달했고 이중 3,200여명이 만리포에 집중됐다. 적은 인력이 아니다. 하지만 이들이 든 무기는 삽과 쓰레받기와 양동이였다. 기계화된 작업이라고는 수거된 기름을 실어 나르는 탱크차 12대가 전부였다.

군경과 주민, 자원봉사자들은 해안부터 백사장까지 2열 횡대로 마주보고 선채 기름을 퍼 담은 양동이를 전달했다. 그나마 이렇게 작업에 참여하는 사람은 다행이었다. 작업복, 장갑, 장비가 없어 무엇을 할지 몰라 맨 손으로 지켜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몇 시간을 달려 도착한 한 200여명의 자원봉사팀은 장비를 지급받지 못하고 작업배치도 받지 못해 몇 시간을 허송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논산에서 온 의용소방대원들과 32사단 장병들은 “기름을 중간 저장하는 큰 고무통과 운반하는 탱크차가 부족해 작업이 중단되기 일쑤”라고 전했다.

방제 사각지대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환경운동연합 최예용 바다위원회 부위원장은 “해안부터 2,3km 떨어진 곳과 해안에 밀려든 기름에 대한 방제작업은 되고 있는데 그 중간은 방치돼 있다”며 “방제정이 해안에 접근하지 못하므로 어선을 동원, 기름이 바다에 떠 있을 때 방제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지적했다.

코를 찌르는 악취와 뼈 속을 스미는 바닷바람에 맞서서 작업을 하다 보니 일부는 구토와 두통증세를 보이기도 했다. 자원봉사를 나온 의료진이 방제작업자들에게 구급조치와 약품을 제공했다. 이날만 100여명이 구급조치를 받았다.

서산의료원 의사 정태은(42)씨는 “두통과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고 피부염과 알러지도 걱정된다”며 “특히 폐ㆍ기관지 질환이 있는 사람은 방제작업을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는 “휘발된 원유성분을 고농도로 오래 들이마실 경우 급성인후두염이나 기관지염이 생길 수 있고 장기적으로 발암위험도 있다”고 경고했다.

태안=전성우기자 swchun@hk.co.kr박원기기자 new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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