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인 엄홍길(47)씨가 남극 최고봉인 빈슨매시프(4,897m) 등정을 위해 12일 인천공항을 출발한다.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000m 급 이상 16좌 완등에 성공한 뒤 새 목표로 내세운 7대륙 최고봉 등정에 도전하기 위한 여정이다. 그는 현재 7대륙 가운데 남극, 오세아니아, 북미 등 3개 대륙의 최고봉을 남겨두고 있다. 예정기간은 40일 가량으로 등정 목표일은 2008년 1월 23일로 잡고 있다.
엄씨와 함께 등정하는 주인공은 엄씨를 13년간 재정적으로 후원한 고인경(62) 파고다교육그룹 회장이다. 고 회장은 1995년 히말라얀클럽 회장으로 있으면서 엄씨와 처음 만났다. 당시 엄씨의 가능성을 높이 산 고 회장은 97년 ‘엄홍길 8,000m 14좌 완등추진위원회’를 결성, 위원장을 자처했다.
이후 고 회장은 다울라기리에서 에베레스트, 로체샤르까지 히말라야 고봉 6좌를 엄씨와 함께 원정에 나섰지만, 정상등정 소식은 늘 베이스캠프에서 지켜봐야 했다. 체력적으로 뒤지는 자신이 정상에 오르는 것이 등반대에 누를 끼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이를 늘 안타깝게 생각한 엄씨는 한가지 약속을 했다. 다음 번 등반에는 반드시 함께 정상에 오르자고. 그래서 택한 곳이 빈슨매시프였고 이번 등정의 동행자는 오로지 둘 뿐이다.
엄씨는 “빈슨매시프는 히말라야에 비해 높지 않지만 영하 40도의 혹한에 바람이 거세 만만치 않을 여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고, 고 회장은 “약속을 지킨다는 의미도 있지만 젊은이들에게 자신감과 도전정신을 심어주기 위해 함께 산에 오르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한창만 기자 cmha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