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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초등학교 수업연장…"기름 냄새보다 엄마·아빠 한숨 더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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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초등학교 수업연장…"기름 냄새보다 엄마·아빠 한숨 더 싫어요"

입력
2007.12.14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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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오염 때문에 엄마, 아빠가 웃지 않아요. 빈 집에 일찍 가지 말라며 학교수업도 늦게 끝나요.”

충남 태안해변을 뒤덮은 원유 덩어리는 인근 초등학생들의 마음도 까맣게 물들였다. 13일 사고해역에서 가장 가까운 소원면의 모항초등학교는 수업을 마칠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수업이 한창이었다.

재학생 75명, 유치원생 14명 등 전교생 89명의 모항초교는 지난 10일부터 방과후 수업시간을 연장하고 있다. 학부모들 대부분이 기름 제거작업을 하느라 매일 새벽에 바다에 나가 밤 늦게 들어오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안전과 바쁜 학부모들의 손길을 덜어주기 위한 학교측의 배려다.

부모님이 양식장을 하는 5학년 지성식군은 “기름사고가 난 뒤로부터 엄마 아빠의 말 수가 줄어들었다”며 “매일 기름덩어리를 치우느라 새카만 작업복을 입고 힘들어 하며 돌아오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1학년 정해성군도 “집에 가도 엄마 아빠가 늦게 들어와서 많이 보고싶다”고 말했다.

기름 때문에 아이들은 마음대로 뛰어 놀지도 못하고 있다. 해풍을 타고 날아온 역한 기름냄새 때문에 교실에서도 마스크를 끼고 수업을 받았다. 교사들은 체육 등 실외 학습은 물론 쉬는 시간에 아이들이 운동장에 나가 놀지 못하게 하고 있다.

교사들은 이날 긴급회의를 열었다. 원유 유출이후 얼굴에 그늘이 드리운 학생에게 용기를 북돋우고 이 기회에 아이들의 학력을 높여 전 재산을 잃고 절망할 부모들에게 희망을 줄 생각이다. 교사들은 연장시간을 수학, 영어, 컴퓨터, 한자 등에 집중해 아이들의 실력을 부쩍 올릴 계획이다.

학교는 토ㆍ일요일도 오후5시까지 정상수업과 급식을 할 예정이다. 교사들은 방학도 반납키로 했다. 모두들 정상 출근해 학생들을 돌볼 예정이다.

전원규(55) 교장은“기름유출 사고 이후 부모들의 걱정을 들어서인지 등교길 학생 얼굴이 어두워 졌다”며 “학생에게 용기를 주고 부모들의 자녀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충남교육청은 13일 피해가정 학생들에게 수업료를 지원하는 등의 특별지원책을 발표했다. 교육청은 또 초ㆍ중ㆍ고 32개교 7,690명에게 겨울방학 중 급식비와 방과후 학교 활동비를 지원키로 했다.

태안=이준호 기자 junh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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