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딩 챔피언 모비스는 외국인 선수 농사에 실패한데다 양동근 등의 군입대 공백을 메우지 못해 고전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에도 함지훈이라는 신인을 발굴하는 소득을 올렸다.
함지훈은 드래프트에서 전체 10순위였지만 국내 선수 리바운드 부문에서 서장훈 김주성을 제치고 당당히 1위를 달리고 있다. 모비스가 뛰어난 용병센터를 뽑았다면 함지훈이 지금처럼 잘할 수 있을까.
삼성은 최근 리더 이상민의 부상 공백의 어려움 속에서도 훌륭한 성적을 내고 있다. 이상민을 대신해서 이원수 강혁 이정석 등이 분발한 덕분이다. 이원수 등은 최근 경기에서 시즌 평균치를 훨씬 웃도는 기록을 내고 있다.
모비스와 삼성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한쪽이 기울면 한쪽이 오르고, 한쪽이 눌리면 한쪽이 부풀어 오른다. 이른바 ‘풍선효과’다. 프로농구(KBL) 출범 이후 득점 1위는 늘 외국인 선수들의 차지였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득점 1위를 배출한 팀이 우승한 경우는 딱 한번밖에 없었다. 외국인 선수들이 너무 뛰어나면 상대적으로 국내 선수들이 위축돼 팀 전력이 극대화될 수 없었던 때문이다.
필자는 기아와 SK 감독 시절 한 차례씩 우승 경험이 있다. 당시 김영만(중앙대 코치), 서장훈(KCC), 조상현(LG)이 국내 선수 득점 1위에 올랐는데, 외국인 선수들에 눌리지 않고 나름대로 자기 몫을 다했다는 증거다.
개인기록은 볼 게 없는데도 그 선수만 기용하면 팀이 살아나는 경우가 있다. 반대로 기록은 대단하지만 팀 플레이를 위축시키는 선수도 있다. 시즌 후 시상식에서 ‘수비 베스트 5’만큼은 감독들이 선정한다. 감독들은 실질적인 보탬이 되는 선수가 예쁠 수밖에 없다.
한쪽이 보기 싫게 툭 튀어나온 풍선은 곤란하다. 보기 좋게 부풀어 오른 풍선, 어느 한쪽으로 기울거나 찌그러지지 않은 풍선이 이상적이다.
필자는 ‘농구는 다섯 손가락’, ‘드래프트제는 존속돼야 한다’는 칼럼을 연재했었다. ‘풍선효과’라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농구는 혼자 하는 경기가 아니다. 베스트 5는 물론이고, 식스맨들까지 조화를 이루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만 농구도 발전하고 팀도 좋은 성적을 낸다.
전 SKㆍ기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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