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간의 애정사를 다룬 조선후기의 한문희곡 작품 ‘백상루기(百祥樓記)’가 발굴됐다. 이옥의 1791년 작품인 ‘동상기(東廂記)’ , 최근 발견된 ‘북상기(北廂記)’ 에 이어 세번째로 발굴된 조선시대 희곡작품이다.
정우봉 고려대 교수(국문과)는 고려대 육당문고에서 필사본들을 검토하던 중 이 희곡을 발굴했다고 13일 밝혔다. 이 작품은 57장으로 구성된 가로 18.3㎝, 세로 11.6㎝ 크기의 단권(單卷) 의 필사본으로 각 면은 12행 20자로 돼 있다.
평안도 안주의 백상루를 주된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작품은 서울의 한 백면서생이 백상루에서 기생 영혜를 만나 첫눈에 반해 하룻밤 인연을 맺은 후 서울로 돌아와 영혜를 그리워하는 내용이다.
저자와 비평자, 편찬자 등을 알 수 없고 창작연대 등도 미상이지만 작품의 시간적 배경이 1792년 겨울이라는 점을 이뤄볼 때 18세기말~19세기초 작품으로 추정된다고 정 교수는 설명했다.
이 필사본은 기본 작품내용 외에도 구절마다 비평자의 평이 붙어있고 각 절이 끝난 뒤에는 총평이 붙어 있는 비평본의 형태를 갖추고 있는 점이 특징.
최근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가 발굴한 희곡 ‘북상기’가 남녀간의 애정을 분방하고 노골적으로 묘사한 반면 ‘백상루기’는 은유적인 묘사로 에로틱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정 교수는 “동상기와 북상기에 이어 이번에 백상루기가 추가로 발굴됨에 따라 조선후기 희곡 문학사의 공백을 메우는 작업이 활기를 띨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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