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반 고흐에게 생레미 정신병원에 머물렀던 후반기는 특히 고통스러웠다. 자활의 의지로 자진 입원했지만 발작은 점점 더 심해졌고, 고향 네덜란드가 있는 북쪽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열망까지 덮쳤다.
이 시기 반 고흐는 네덜란드 시절의 주제와 팔레트로 돌아가 옛 그림들을 모사하기 시작했는데, 이 작품은 그가 1882년 헤이그에서 만든 석판화 ‘영원의 문에서’를 유화로 다시 제작한 것이다.
반 고흐는 이 작품에서 모델의 자세와 전체적인 구도는 황톳빛의 단색 석판과 거의 동일하게 유지하면서, 배경 등 공간 구성에만 작은 변화를 주었다. 보랏빛이 감도는 부드러운 파란색과 황록색 사이에 가벼운 보색 대비를 사용했으며, 석판에서의 각진 선은 보다 둥글게 완화했다.
웅크린 등과 꼭 쥔 주먹만으로 통탄의 슬픔을 자아내는 작품에서 반 고흐가 그린 것은 울고 있는 한 노인이 아니라 인간의 절망이다. 그것은 아무리 발버둥쳐도 나아지지 않는 자신의 병에 대한 절망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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