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고위 임원들과의 회의 석상에서 고 최종현 선대 회장이 직접 명명한 SK㈜가 단순한 에너지기업을 뛰어넘어 마케팅 업무를 주력사업으로 가져가야 한다는 점을 누차 강조해왔다.
그리고 올해 지주회사가 설립되면서 그룹의 전체적인 마케팅을 조율하던 SK㈜가 SK에너지로 바뀐 만큼, 마케팅 업무를 전담할 새 회사 설립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SK그룹의 에너지와 이동통신 사업이 가진 풍부한 고객 데이터베이스(DB)의 장점을 마케팅사업과 전략적으로 접목시킨다면 새로운 수익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는 게 최 회장의 굳은 믿음이었다. 때문에 최 회장은 SK경영경제연구소 등을 통해 전문 마케팅회사 설립에 대한 연구를 지시했고, 결국 3년이 지나 그 청사진이 완성됐다.
SK그룹은 11일 그룹의 2008년 성장동력을'마케팅'으로 정하고, 늦어도 내년 6월까지 가칭'SK 마케팅 컴퍼니(Marketing Co.)'를 설립키로 했다고 밝혔다. 또 이를 위해 관련기업 인수ㆍ합병(M&A)과 핵심인력 영입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SK그룹 관계자는"그룹의 양대 주력사업군인 에너지와 정보통신의 성장 정체를 정면 돌파하기 위해 앞으로 마케팅사업을 강화함으로써 새 수익을 창출하는 성장전략을 강구하고 있다"며 "내년부터 시작되는 제3차 중장기계획의 주요 화두로 마케팅을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SK그룹은 SK글로벌 파문이 일었던 2002~2004년 제1차 중장기 계획의 주제로'생존'을, 2005~2007년 제2차 중장기계획의 주제로는 글로벌 경영을 통한'성장'을 잡았었다.
실제 SK는 최근 국내ㆍ외 마케팅 강화를 위해 M&A 전략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와 미국의 스프린트넥스텔 지분투자도 같은 맥락에서 이뤄졌다.
SK 측은 이동통신시장 점유율 50%대인 SK텔레콤이 초고속 인터넷시장 점유율 30%대의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하면 유ㆍ무선 결합상품을 앞세워 국내 통신서비스 시장에서 선도적 지위를 확보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스프린트넥스텔 지분투자도 SK텔레콤이 미국에서'힐리오'라는 이름으로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이동통신 사업에 활력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
여기에 내년 중 마케팅 전문회사를 설립할 경우, 기존 OK캐쉬백과 T, 스피드메이트, 도토리 등 SK 각 계열사가 시행 중인 각종 마케팅을 통합해 시너지를 높이고 새 수익을 일궈낼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최 회장의'따로 똑같이'복안이다.
2,500만명이 가입한 SK에너지의 OK캐쉬백과 가입자 2,000만명을 넘어선 SK텔레콤의 방대한 고객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경우 새로운 부가가치가 창출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SK그룹 관계자는 "마케팅 전문회사가 설립되면 OK캐쉬백과 SK텔레콤 고객 정보를 공유, 공격적인 마케팅에 적극 나설 것"이라며 "계열사 서비스별로 나눠져 있는 고객 정보를 공동 활용한 타깃 마케팅이나 통합 마케팅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마케팅 업계 일각에선 다소 비관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시장 흐름이 고부가가치의 프리미엄 마케팅 전략으로 옮겨가는 상황에서 OK캐쉬백 등 일반 대중 대상의 무딘 마케팅 전략으론 시장에서 호응을 얻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장학만 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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