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태안 앞바다의 유출 원유 방제에 사용되고 있는 유처리제(유화제)의 안전성을 놓고 논란이 치열하다. 환경단체와 주민들은 2차 오염을 유발해 생태계에 악영향을 주므로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해경과 일부 연구자들은 생태계에 영향을 주지 않고 기름띠를 신속히 제거할 수 있는 최선의 방식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유처리제는 기름을 미세한 방울로 만들어 미생물 분해작용을 촉진하는 작용을 한다. 이 때문에 기름막을 빠르게 사라지게 하는 효과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논쟁은 유처리제에 의해 미립자로 분산된 기름 성분이 수중생물과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는 부분에서 갈린다.
환경운동연합 지찬혁 생태국장은 “유처리제에 의해 잘게 나눠진 기름 입자는 물과 섞인 뒤 수면 아래로 내려가는 과정에서 서로 엉겨 붙어 ‘오일볼’을 형성, 또 다른 생태계 파괴의 원인이 된다”고 주장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김희식 박사는 “유처리제는 화학적인 합성물이기 때문에 분해되지 않아 유처리제 성분을 물고기들이 먹을 경우 2차 오염을 일으키게 된다”고 주장했다. 녹색연합 관계자는 “1997년 해양연구소가 실시한 요각류, 지각류, 윤충류 등의 플랑크톤에 대한 유처리제의 독성실험결과 요각류는 100ppm의 유처리제에 3시간 동안 노출되면 최고 19%가 치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유해론을 뒷받침했다.
이에 대해 해경 방제본부는 “유처리제는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서도 기름 방제에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안전성이 입증된 약품”이라며 “씨프린스호 당시 710톤을 뿌렸으나 지금까지 유해하다는 특별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국기기유화시험연구원 류승현 수석연구원은 “유처리제는 무독성 계면활성제와 정제된 광유 등으로 만들고 엄격한 생물독성시험을 거쳤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주장했다. 류 연구원은 “유처리제는 기름을 7,8일 내에 90%, 보름 이내에 99% 생분해시킨다”며 환경단체의 2차오염 주장을 반박했다.
또 해경 이봉길 해양오염관리국장은 “오일볼 생성은 유처리제와는 상관없이 기름의 풍화작용 등에 의한 것”이라며 “유처리제를 사용하지 않아 기름이 해상에 오래 머물 경우 피해가 더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2월 한국해양환경공학회는 “현재까지 유처리제 사용 후 해양어류 개체수를 감소시켰다는 증거는 없다”는 내용의 논문을 게재하기도 했다. 한국해양연구원 강성현 박사는 “바다에 다량의 화학물질을 투여한다는 측면에서 사용 시 엄격한 규제와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해경은 방제 매뉴얼에 따라 수심 10m 이상, 해안으로부터 2㎞ 이상, 어장으로부터 5㎞ 이상 떨어진 곳에서만 유처리제를 사용토록 하고 있다. 해경은 7일 사고 직후부터 14일까지 약 131톤의 유처리제를 헬기와 선박을 통해 해상에 살포했다.
태안=허택회 기자 thheo@hk.co.kr전성우기자 swch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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