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유세장에서 박근혜 열기가 뜨겁다. 그가 지원유세를 하는 곳에는 수천명 청중이 몰려든다.
12일 서대전역 앞 광장. 5,000여명의 청중은 스피커에서 이 후보 로고송이 흘러나오자 '이명박, 대통령'을 연호했다. 잠시 후 박 전 대표가 연단에 오르자 연호는 '박근혜'로 바뀌었다.
한켠에선 애정을 듬뿍 담은 안타까운 눈길로 연단을 응시하며 "아휴, 박근혜"라고 내뱉는 나직한 탄식이 나왔다. 경선 때 박 전 대표를 지지했던 사람들이다.
아쉬움도 잠시. 박 전 대표가 "이번에는 이명박 후보에게 기회를 달라"고 목청을 높이는 순간 청중들은 일제히 '이명박' '박근혜'를 번갈아 외치며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다. 연설이 끝나도 퇴장하는 박 전 대표를 가까이서 보기 위해 몰려드는 사람들로 단상 주변은 늘 북새통이다.
박 전 대표는 이번 대선에서 빛나는 조연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고 있다. 수도권 호남 영남 충청의 지방 소도시나 읍ㆍ면을 중심으로 지원유세를 하면서도 대규모 청중을 모으고 있어 경이적이라는 평가다. 10일 경북 경산시 유세 때는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3,000여명이 몰렸다.
측근들은 "이 후보가 국민들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도록 외곽에서 도와주는 데 충실할 뿐"이라고 하지만, 지원유세가 거듭될수록 박 전 대표의 존재감은 더욱 부각되는 양상이다. 청중 대부분은 입 소문을 타고 자발적으로 유세장에 모이는 것도 특이한 대목이다.
한편 정몽준 중앙선대위 상임고문은 13일 이 후보 지원유세를 시작한 뒤 처음으로 호남을 찾아 단독 유세를 했다. 정 고문은 광주 5ㆍ18 국립 민주묘지와 학생독립운동 기념탑을 참배한 뒤 광주 충장로에서 가진 유세에서 "광주ㆍ전남에서 정동영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높은 것은 윗동네인 전북 출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후보 역시 가까운 옆동네 출신이므로 지지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한 표를 부탁했다. 정 고문은 "누구나 입바른 소리로 지역발전을 쉽게 말하지만 정작 실천은 아무나 하지 못하고 있지 않느냐"며 "이 후보만이 지역감정이나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강력한 추진력으로 잘못된 정치와 이 나라를 바로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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