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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무사고 운전이 미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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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무사고 운전이 미워?

입력
2007.12.14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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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보험료, 무사고 운전자 되레 푸대접?" 어제 한국일보 경제면 톱 기사의 제목이다. 전문적 직업인을 다소 비아냥대는, 우스갯소리를 생각나게 하는 기사였다.

변호사들이 가장 싫어하는 말은 '법 없이도 사는 사람'. 치과의사들은 '이 대신 잇몸으로 산다'. 약사들의 경우 '엄마 손이 약손이란다'. 한의사들은 '밥이 보약이다'는 말에 기가 질린다.

입시학원 강사들은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안다'는 학생들이 많이 미울 법하다. 시중의 이러한 우스개 말들의 공통점은 '소비자가 올바르고 정상적으로 살면 장사를 망친다'는 정도가 될 것이다.

■다른 보험과 마찬가지로 자동차보험도 '보험료는 성실히 내고 보험금은 타가지 않는 고객'이 가장 좋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손해보험사들이 가장 꺼리는 고객이 무사고 운전자들이라니 아이러니다.

무사고 운전자들이 내는 보험료란 달리 말하면 사고를 내지 않게 해준 데 대한 '감사헌금'이나 앞으로도 사고를 피하게 해달라는 '시주(施主)' 정도로 여기고 있을 것이다.

보험회사의 건물이 갈수록 화려해지고, 보험설계사의 수익과 연봉이 점점 높아지는 것은 이들의 '헌금이나 시주' 덕분이지, 지불할 보험금을 깎고 절약해서 성취된 것이 아닐 게다.

■손보사들이 이들을 박대하는 이유를 보자. 자동차보험 사기가 늘어나 보험금이 급증하는데, 사기의 주된 대상이 무사고 운전자라는 것이다. 그래서 손보사들은 할인혜택이 주어지는 무사고 운전 기간을 현행 8년에서 9년으로, 앞으로 12년까지 계속 늘릴 계획이다.

손보사들은 최근 영업적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면서 주요 원인이 보험사기에 의한 과다보험금 지급이고, 그 대부분이 사고 경험이 없는 운전자들 때문이라며 할인혜택을 줄일 궁리를 하고 있다. 무사고보다는 '사고를 내더라도 그 처리에 능숙한 운전자'가 더 낫다고 부추기는 꼴이다.

■은행 대출자들도 똑같이 이런 꼴을 경험하고 있다. 은행의 최우량 고객은 이자를 제때 꼬박꼬박 내는 사람? 천만의 말씀이다. 그런 사람은 2등 고객이다.

1등은 '제때 이자를 내지 못하지만 떼먹지도 못하고, 몇 달 지나서야 겨우 이자를 갚는 사람'이다. 제때 이자를 내면 7~8%의 이율이 적용되지만 연체이자를 물게 되면 13~14%가 적용된다.

앞의 우스갯소리를 적용하면 '보험사가 싫어하는 고객은 사고를 안 내는 사람, 은행이 꺼리는 고객은 제때 이자를 내는 사람' 정도가 될 듯 싶다. 기업의 목적이 최대 이윤 추구라지만 참 얄궂은 세상이다.

정병진 논설위원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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